계절의 순환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풀섶에 하얀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8일)도 지나 이젠 가을의 첨병인 귀뚜라미 소리가 더 완연하다. 백로는 일년 24절후중에 16번째요,처서와 추분의 중간절후로서 아침저녁으로 이는 소슬바람이 한결 청량감을 준다. ◆새벽에 일어나 가까운 약수터에라도 발길을 옮겨보라. 오솔길 풀섶에 매달린 하얀 이슬방울에서 찰나적인 생명체의 순환을 깨닫는다. 동산에 해가 떠올라 차츰 햇살이 산허리에 비칠때는 이슬방울은 거짓말처럼 제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바지가랑이를 함초롬히 적셔주는 찬이슬에서 「초로」의 의미를 새겨볼 수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독일의 서정시인 릴케는 『주여 어느덧 가을이 왔습니다』고 영탄했다. 그는 지난 여름은 위대했다고도 읊었다. 왜냐하면 따뜻한 햇빛으로 1년의 양식을 익혀주고 향긋한 포도주의 맛을 내게하는 포도송이를 영글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난 여름은 너무 무덥고 지겨운 것이었다. 정치는 겉돌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못살겠다는 소리가 드높아졌다. ◆그뿐인가.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폭력,사기,강도 등 치안부재로 사회가 안정을 잃고 있다. 가진자와 기득권자의 「놀자판」과 「먹자판」으로 재정적자는 늘어 금년에 1백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니,우리 모두가 정신차려야 할때이다. 국민 각자가 과소비 풍조를 억제하고 외제품을 덜쓰는 도리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그간 가을을 위해 땀흘려 일하기 보다 무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에서 서성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다시 일어서지 않으면 샴페인을 미리 터뜨렸다느니,선진국형 조로현상에 빠졌다느니 하는 빈정거림을 영원히 일축할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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