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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진료비 당연시/종합병원 횡포심하다(현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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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진료비 당연시/종합병원 횡포심하다(현장출동)

입력
1991.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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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험 항목으로 조작청구/비싼 컴퓨터촬영 예사/환자,전문지식없어 당하기만종합병원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불친절한 서비스,입원·치료거부 등 고질적인 병폐를 안고있는 대형 종합병원에서 최근에는 진료비까지 바가지를 씌우는 야바위 장사꾼같은 행위가 빚어지고 있다.

지난 89년 7월1일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된 이후 국민들은 매달 적지않은 의료보험비를 부담하고 있으나 정작 병원신세를 지게되면 『도대체 의료보험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다. 본인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액수가 너무 많아 시비가 자주 벌어진다.

현행 의료보험법상 보험급여대상 환자가 입원을 하게되면 입원료와 진료·치료비의 20%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혜택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보험혜택을 받을수 없는 항목을 끼워넣어 많은 진료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부터 1주일동안 서울 Y병원에 외과질환으로 입원했던 남모씨(60·여)는 퇴원때 치료비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총액 1백43만원중 자신이 물어야할 액수가 전체의 4분의 3이 훨씬 넘는 1백10만원이나 됐기 때문이었다.

남씨는 1백10만원의 내역이 컴퓨터촬영비,상급병실료,특진료,재료대,식사값 등인 사실을 알고 병원측에 이의를 제기,하나하나 따져 나갔다.

남씨는 먼저 자신이 특진을 신청한 사실이 없고 입원해있던 8인용 병실에 상급병실료가 부과됐는가를 물었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 보다 정밀하고 최신기술인 자기공명영상진단촬영(MRI)이 1회에 35만원인데 컴퓨터 촬영비가 94만원이 나온 사실을 따졌다.

이밖에 검사를 받느라 입원기간중 3일을 굶었는데 식사값이 제외되지 않았고 주사바늘,체온계 등을 병원측에서 환자에게 매점에서 직접 사서쓰도록 해놓고도 재료대가 별도로 부과된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병원측은 『최하급인 16인용 병실보다는 8인용이 「상급」이고 특진료는 원래 자동부과되는 것도 모르느냐』고 핀잔을 주었고 컴퓨터촬영비는 35만원짜리 MRI를 2회,24만원짜리 CT를 1회 촬영한 합산금액이라고 해명했다.

병원측의 기세에 눌려 그대로 돌아왔던 남씨는 아무래도 석연치않아 아는 전문의를 통해 알아본 결과 MRI를 촬영하면 CT촬영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MRI는 워낙 고가이므로 촬영할때 반드시 환자에게 사전통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씨는 다시 병원으로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고 병원측은 그제야 MRI 1회 촬영분 35만원만을 돌려주며 『다른 환자들은 모두 조용한데 혼자서만 잘난척 트집을 잡고 난리냐』며 모욕을 주었다.

결국 남씨는 며칠동안 병원을 오가며 항의를 하고도 병실차액,특진료,재료대,식사대 등 부당하게 뜯긴 40여만원은 끝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남씨의 경우처럼 대부분 종합병원들이 의료보험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진료비 내역을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보험급여 항목으로 조작,부당청구하는 일은 이미 병원업계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는 관행이다.

종합병원이 환자에게 부과하는 부당청구액중 과잉진료는 의사들의 양심과 관련된 문제지만 병실료,특진료,재료대 등은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측의 비행이 만연돼 있는 이유는 「설마 인술을 시행하는 병원마저 사기를 하겠느냐」는 막연한 신뢰감과 환자나 가족들이 관계법령,전문용어 등에 무지한 것을 병원측이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사부의 한 관계자는 『병원들의 진료비 바가지행태가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워낙 방대한 자료검토와 전문지식이 필요한 일이라 효과적으로 감독,적발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현재로서는 환자들이 청구서를 받고 돈을 지불하기 전에 꼼꼼하게 내역을 따지고 병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외에 병원측의 횡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진료 남발 항의에 “원래 그런것”/기준없이 상급병실 확대/재료·비품사용료도 속여/“시비걸려면 뭣하러왔나”되레 큰소리

종합병원들이 환자에게 씌우는 바가지요금의 대표적인 예는 부당한 특진료부과이다.

지난해 8월 모대학 병원에 57일동안 입원했던 손모씨(40·여)는 총진료비 4백30만원중 본인부담으로 책정된 보험비급여액 1백60만원 가운데 무려 1백15만원이 특진비 명목인 것을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특진을 신청한 사실이 없는 손씨는 병원측에 항의했으나 『원래 그런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는 보사부에 진정을 냈다.

보사부 조사결과 이 병원은 특진료를 조작,부당청구한 사실이 밝혀졌을뿐 아니라 일반 검사비용을 비보험항목에 포함시킨 것도 발각이돼 결국 1백30만원을 손씨에게 환불해 주었다.

자신이 의심했던 금액보다도 더 많은 돈을 낼 뻔했던 손씨는 『도대체 병원이나 길가 야바위꾼들이나 다른것이 무어냐』며 『대학이 운영하는 종합병원이 이 정도니 일반 병·의원의 경우는 오죽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손씨의 경우는 비교적 쉽게 환불받은 케이스. 지난해 7월 강원도 모병원에 35일간 입원했던 이모씨(36·여)는 1년여를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진정 한끝에 최근에야 병원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박씨가 환불받은 액수는 진료비 총부담액 3백만원중 무려 1백77만원으로 이중 1백40만원은 병원측의 「전산입력 착오」였다는 기막힌 변명을 들었다. 병원측은 돈을 돌려주면서도 『병원에 시비를 걸려면 뭣하러 우리 병원에 입원했느냐』고 가시돋친 핀잔을 잊지않았다.

종합병원에서 거의 예외없이 불법 과다청구하는 또다른 예는 상급병실 사용료.

보사부가 정한 의료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병원은 총병상의 50%를 기준병상으로 확보해야 하고 상급병실은 기준병실보다 시설 및 비품이 현저히 우수해 사회통념상 상급병실로 인정돼야 한다」고 되어있으나 종합병원들은 별다른 기준없이 상급병실을 확대,부담을 지우고 있다.

실제로 서울 Y병원의 경우 8인실까지도 상급병실로 규정,환자들로부터 매일 1∼2만원씩의 추가병실료를 받고 있으며 총병상수 91개인 서울 S병원의 경우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병상은 6인 병실 36개에 불과하다.

다소 경우가 다르긴하나 지난해 5월 모대학병원에 입원했던 김모군(13)은 3인실에 있었으나 다른 환자없이 혼자 이 방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1인실 사용료를 청구받고 가족들이 병원측에 끈질기게 이의를 제기,지난 1월에야 부당청구된 병실료 7만5천원을 되돌려받기도 했다.

가장 일반적인 바가지수법은 보험처리 돼야할 일반검사·치료비를 비보험항목으로 처리,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경우이다.

지난 4월 서울 H병원에서 아들(4)이 화상치료를 받다 숨진 김모씨(30)도 『아들이 13일동안 전신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치료도 제대로 못받고 숨졌는데도 치료비 43만원 전액이 비보험으로 처리돼 있고 「사후처치료」 「시트 소각료」 「특수치료비」 등 이해할 수 없는 항목이 13개나 포함돼 있어 경황이 없는 중에도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의신청 5개월만에 보험적용되는 치료비를 비보험처리했으며 환자옷·시트 소각비 등 병원잡비를 떠넘겼다는 답변을 병원측으로부터 받아냈다.

뼈가 잘부러져 지금까지 모대학병원에서만 10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고모씨(20)는 『지난 89년 다리접합수술을 받고 98만원이나 나와 병원측에 「종전의 보험해당치료가 이번에 비보험처리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의료보험제도가 바뀌었다」고 무성의하게 대답해 직접조사에 나섰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50여가지 약품 모두가 보험처리됐어야 하는 것들이었다』고 분개했다.

지난해 6월 모대학 병원에 17일동안 입원했던 김모씨(40·여)는 청구액 1백70만원중 일반검사,방사선촬영,처치료 등 53만원이 부당청구액으로 밝혀져 환불받았다.

병원들은 진료재료대와 비품사용료까지 속여 받고있다.

현재 진료수가 기준에 의하면 1회용 주사기,바늘,나비침,정맥내유지침 등 주사기자재는 주사료에 포함돼 환자들이 20%만 부담토록 되어있으나 종합병원들은 이를 비보험처리하거나 별도로 환자들이 구입하도록 하고 있어 장기 입원환자들에게는 만만치않은 부담이 되고있다.

또 실내화·소변기·가습기·주전자 등 병실비품사용료를 환자에게 전액 부담시키는 곳도 많아 환자나 가족들은 이 항목이 원래 입원료에 포함돼 보험혜택을 받게돼 있는 사실도 모른채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보사부는 지난해 전국 1백29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부당진료비청구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인 1백19곳에서 위반사항을 적발,환불이나 경고,면허정지처분을 내린 바 있으나 환자들의 피해는 늘어나고만 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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