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국회 끝” 총선국면 조기전환 예상/여 후계갈등·5공 신당 돌출 최대변수파란의 연속이었던 13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이될 올해 정기국회(1백56회)가 10일 개막된다. 이번 국회는 예산심의와 국정감사라는 고유업무 처리외에 13대 정치를 결산하면서 동시에 14대 정치에 대비해 각종 준비작업도 병행해야 하는 「이음새의 정치공간」이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이음새들은 5공청산·3당합당·중간평가 연기 등 우리 정치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이정표위에서 6공이후의 새로운 정치질서 창출을 항한 다양하고도 활발한 실험과 모색의 장이 될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라는 정치외적 변수와 야권 통합의 성사라는 정치권의 상황변화까지 겹쳐 가을정국은 초반부터 파고가 높을 것 같다. 특히 야권통합의 경우 유엔정국에서의 여야 화해무드에 질적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정국 최대의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번 국회의 특수성
이번 정기국회는 변혁기의 길목에 서있다는 점에서 어느때보다도 정치적 부가가치를 배가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국회는 다른해의 정기국회와는 달리 국회의원 선거법·정치자금법 등 핵심 법안의 개정을 둘러싼 여야협상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번국회는 이같은 현안처리 능력보다도 오히려 13대 국회임기의 마무리라는 함축성이 회기전반을 지배하리란게 일반족 관측이다.
이번국회 관심이 쏠리는것은 13대 차원이 아니라 향후정국의 초석이될 굵직한 이슈들이 가을정국에 대부분의 윤곽을 드러낼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는 민자당 출범이후 온갖 굴절을 거듭해온 여권의 후보구도 문제와 야권통합에 따른 정국의 상황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더구나 개헌추진 가능성과 여·야의 신동반관계 설정 등이 모색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던 소위 유엔정국은 야권통합으로 질적변화를 맞으며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는 또 여권의 후계구도와 당내세력 분포에도 간단치 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정당 및 의원들은 14대 총선 채비를 서두를수 밖에 없고 이와함께 차기공천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곡절이 기승을 부릴것으로 여겨지는것도 사실. 따라서 자칫 부실국회로 기록될 가능성도 적지않다는게 지배적인 우려이기도 하다.
○가을정국의 변수들
정기국회와 맞물린 가을정국의 기상도에 천변만화를 일으킬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계기로 보다 큰 줄기를 이뤄갈 남북관계의 변화물살을 들 수 있다.
유엔동시 가입은 냉전체제의 청산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국가의 모든 분야에 지대한 파급효과를 미칠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혁명적 변화가능성은 가을 정국을 가늠할 변수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독립상수로 파악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다.
이에반해 신민·민주 합당으로 물꼬가 터진 야권통합은 남북문제라는 외생변수와는 달리 정치권내의 자생변수여서 더욱 중요성을 갖는다.
야권통합은 신민·민주의 합당이후에도 재야 등 외부인사 영입 정도와 야권원로까지를 수용하는 범야 형태로의 발전여부 등에 따라 정치권 전체에 커다란 파장을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파장은 가을울정국의 중대현안이 개헌추진 여부와 여권의 후계구도 및 여·야 관계설정 등 주요 현안 전반의 모습을 재조정할 것 같다.
야권통합 이전만해도 지역적 한계를 절감한 김대중 신민당총재가 여·야 신동반관계 위에서 내각제 개헌 등에 상대적 신축성을 보일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야권은 통합을 발판으로 확대한 정국지분을 배경삼아 여권과의 대등한 관계설정에 우선 주력하면서 14대 총선과 92년의 대권고지를 넘보려는 움직이다. 이와함께 주목할것은 야권의 세보강이 민자당의 후계구도와 당내 세분포에 미칠영향은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에 상대적 도움을 주는 형국이 될것이라는 관측. 내각제추진 가능성이 줄어들고 통합된 야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권 역시 확실한 중심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김대표의 휴가중 있었던 제주파문이후 후계구도를 둘러싼 여권내의 갈등이 다시 수면아래로 잠복한 형국이긴 하다.
그러나 후계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숙명의 과제임에도 불구,「정치일정 논의 중지」의 형식을 빌려 봉합되는데 그쳤다는 점에서 수면하의 갈등은 거꾸로 심화되고 있다는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관련,요즈음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당론채택을 둘러싸고 민자당이 예상을 뛰어넘은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언저리에는 후계구도 갈등이 짙게 깔려있다는 분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다만 이제부터 후계구도에의 공개적인 접근은 부머랭처럼 되돌아올 소지가 있는만큼 조기 가시화를 희망하는 김대표측이나 그 반대편이나 섣부른 행동은 극력 자제할 것으로 봐야 할것 같다.
가을정국의 최대관심중 하나인 내각제 개헌추진 문제는 야권통합이 본궤도에 접어듦으로써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신민총재는 통합이전에도 내각제 개헌 가능성에 대해 단호한 반대입장을 거듭 표명했지만 통합이후에는 더욱더 완강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올것이다. 내각제 개헌가능성이 무산될 경우 여권의 내각제 추진세력과 김민자대표와의 관계도 재정립될수 밖에 없으며 이는 여권내의 계파간 세각축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가을정국을 점치는데 있어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것은 신당창당 움직임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신당움직임은 야권의 김신민총재와 이기택 민주당총재를 배제한 범야신당론 및 여권의 5공 신당론.
이중 5공 신당추진이 구체화될 경우 장세동 전 안기부장의 창조적 신당론 파문에서 보았듯이 국민적 공감이나 연희동과의 교감여부와는 별개로 정치권에 일대 파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안과 쟁점
정기국회의 「물리적」 공간에서 펼쳐질 주관심대상은 ▲예산안 ▲국정감사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 ▲정치자금법 개정 등으로 요악된다.
우선 예산안의 경우 총 24.2%가 늘어난 정부·여당안에 대해 야당측이 초팽창 규모라는 지적과 함께 「삭감공세」를 강력히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3.6%가 증가된 방위비와 26%가 늘어난 인건비중 경직성 경비의 증액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갈 전망이다.
여측은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농어촌 구조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겠지만 야당측은 차기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예산이라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불문한 정당 및 의원들의 「개별사정」이 각별할 것이고 보면 내부적으로는 타협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할것이다.
국정감사에서는 걸음마를 시작한 지방의회의 대중앙 견제분위기가 적지않게 표출될것이 확실시돼 뜻하지 않은 「해프닝」들이 국감현장 도처에서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지방자치 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지자체의 고유업무와 위임사무를 엄밀히 구별하기가 쉽지않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선거법 개정은 여당측이 소선거구제를 근간으로 증구에 역점을 두는데 비해 신민당측은 상대적으로 선거공영제에 치중하고 있다.
신민당도 그러나 전남의 진도·완도 등 도서지역의 분구 필요성을 배제하지 않고있는 실정. 따라서 이같은 야당주장이 반영되지 못할 경우 ▲인구 30만명 기준의 21개구 증구안과 ▲인구 35만명 기준의 11개구 증구의 2개 민자안중 증구가 더 적은 후자로 타협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신민당측은 민자안중 전자에 대해 영남중심의 증구결과만 초래한다고 지적,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이 끝내 이번 회기중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내년초 별도의 임시국회가 불가피하다.
선거공영제에 대해서는 「돈안드는 선거」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가 충분한 만큼 가시적 성과가 기대된다.
정치자금법 개정은 합의도출의 여지가 가장 크다고 할수있다. 지난 여름 협상에서 상당수 쟁점부분이 타결된뒤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규모와 지정기탁금제 존폐지니 개선이 핵심사안으로 남아있는 상태. 국고보조금제 대해서는 현행 유권자 1인당 4백원을 6백원선까지 인상할수 있다는 민자측 입장이 이미 제시돼 있으며,선거때에는 8백원으로 늘리도록 잠정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지정기탁금제는 페지할 수 없다는 민자측의 확고한 주장에 기탁금중 40%는 야당에도 배분돼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 있으나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전망
여야의 얽히고 설킨 복잡한 속사정과 사안의 중차대성으로 보아 가을정국을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
13대를 마감하면서 14대를 대비해야 하는 2중성에다가 야권통합에 따른 정치권의 재조정 문제까지 겹쳐 정국전망의 불가측성이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정국의 불안정성을 오히려 부채질할것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하지만 정국변수의 하나였던 야권통합 문제가 어떤 식이든 매듭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정국은 조만간 본격적인 「게임의룰」을 지켜가며 정리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정국 소용돌이의 중심무대에는 1노3김과 제한적이긴 하지만 5공 세력이 자리잡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은 저마다 입지상의 한계가 엄연한만큼 자신의 구상대로만 정국을 끌고가기는 불가능하며,따라서 경쟁과 협력을 축으로한 새로운 관계모색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김종래·조재용기자>김종래·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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