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프랑스의 물리학자 르네·데카르트는 학교공부에서 만족하지 못하게 되자 세상을 직접 배우겠다면서 방랑길에 올라 22세 되던 1618년엔 네덜란드군에 지원입대도 했고 53세때엔 스웨덴으로 가 살았다. 그는 남의 방해를 싫어해서 네덜란드에선 방문객을 피해 스물네번이나 이사했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사상이 혁신적이라해서 박해도 많이 받았던 모양이다. ◆그보다 한세기쯤 뒤의 볼테르 역시 혁신적 사상 때문에 상당한 박해에 시달렸다.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그래도 모국 프랑스를 못잊어서인지 인접 스위스로 이사와 국경근처 작은 마을에서 살았다. 뒤늦게 84세가 돼서야 안심하고 파리로 돌아갔다. 많은 시민들이 그를 환영하고 그의 마차를 끌었다고도 한다. 국립극장인 코메디 프랑세즈엔 그의 흉상이 세워졌다. ◆소비예트 제국체제는 숙청,공포분위기로 버티다가 74년만에 종말을 고하고 있거니와 그 붕괴양상은 제도라는 환경의 변화로 나타나면서 도처에서 그동안 우상이었던 레닌동상의 철거라는 물리적 현상으로까지 가시화된다. 리투아니아공화국 수도 빌리우스에서는 공산당 당사앞 레닌상이 끈에 매달려 철거됐고 우크라이나에선 아예 분해돼 버린 모양이다. ◆지난 5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레닌묘의 철거문제도 연방최고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전해진다. 소련도처의 레닌초상화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불우한 환경에서 허다한 박해를 받던 데카르트나 볼테르의 초상화가 아직도 우리주변 서가에서 이따금 눈에 뛸때 사람들 느낌에 훈훈함이 감돈다면 레닌의 경우는 비할데없이 쓸쓸한 감을 준다. ◆레닌이나 공산주의가 잘못된 여건에서 잘못된 제국을 빚어냈다는 것이 입증되기에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야했다. 옐친은 해외의 소련망명객들에게 안심하고 귀국하라고 종용한다니 역전을 역전시키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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