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노동과 노래」 펴낸 허병섭목사 상고심서/대학가 「모음집」에도 시비일듯/재야법조 “표현자유 침해” 주장가요 동요 등의 개사곡을 모아 출판한것도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주한 대법관)는 6일 70년대부터 원풍모방 청계피복노조 등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불리기 시작한 「퐁당퐁당」 등의 개사곡을 수집,연구자료용 책자로 펴냈다가 저작권법 위반(부정출판공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 한국기독교민중교육연구소 소장대리 허병섭 목사(50·서울 성북구 하월곡4동 77의677)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허씨는 노동자들이 가사와 곡명을 바꾼 사실을 알면서도 원저작자를 표시하지 않은채 출판,저작자의 인격권과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법으로 돌아보냈다.
이번 판결로 「노가바」(노래가사 바꿔부르기) 운동이 활발한 대학가·노동계 등서 성행하는 개사곡 모음집 형태의 책자발간도 저작권 침해 시비대상이 될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저작자의 동의없이 개사곡을 수집·출판한뒤 연구소소속 목사 등에게 배포한 행위는 일반인이 음악저작물을 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것』이라며 『책자 발행당시 허씨는 부정출판 행위라는 객관적 인식이 있었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원심인 서울 형사지법은 『책자에 수록된 개사곡들은 노동민요적 성격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감성과 가치관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된 부수를 발간,극히 제한된 사람들에게 자료용으로 무상배포한점 등을 고려할때 원저작자의 인격적·재산적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수없다』고 무죄를 선고했었다.
허씨는 82년 7월 「전우가 남긴 한마디」 「마음약해서」 「퐁당퐁당」 등 널리 알려진 가요 동요 등의 곡에 노동현실을 풍자하는 가사를 붙인 60여곡을 모아 「노동과 노래」라는 제목의 연구자료집 1백부를 발간,연구소 소속 박형규목사 등에게 70부를 배포했다가 서울지검 공안부에 의해 기소됐었다.
재야·법조계 등에서는 허씨가 기소되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김동현·한승헌 변호사를 선임,법정투쟁을 벌이는 등 이 사건을 둘러싸고 불구속상태에서 9년동안 저작권 침해시비가 계속돼왔다.
재야법조계와 사회운동단체들은 『이번 판결은 국민의 자기표현과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근원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며 『불특정보다 수인에 의해 개사된뒤 구전된 노래는 법으로 보호받는 음악저작권 대상이 아닌것으로 봐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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