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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제의 전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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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제의 전제(사설)

입력
199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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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학의 기여입학제를 서둘러 도입하기로 정책의지를 굳히고 있는듯하다. 몇해전부터 사립대학들이 주축이 되어 기여입학제 도입문제를 거론해왔으나 교육부는 국민계층간의 위화감조성을 이유로 검토자세를 기피해 왔던것이 정부의 공식입장 이었던 것이다.그처럼 신중했던 정부의 자세가 지난달 12일 윤형섭 교육부장관의 「기여입학제 적극 검토」로 선회를 시작하는가 했더니 4일 정원식 국무총리가 『기여입학제는 일정한 성적과 비율을 정해 제한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도입방법론을 못박고 나오는 단계에까지 이르러 정부의 기본입장이 변화한것처럼 보인다.

기여입학제에 대해 결론부터 말한다면 사학들이 원하는 방식이나 정부당국자들이 구상하는 내용은 현재로서도 시기상조일뿐 아니라 「방식자체」가 옳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결코 동의할수 없다는 우리의 의견을 밝히고자한다.

기여입학,더 정확히 표현해 기부금 입학으로 생기는 재원으로 사학의 재정난을 보전하겠다는 내용의 발상자체는 정부로서는 사학지원을 하지못하는데 대한 면책의 길을 모색하자는 저의 같기도 하고 사학들로서는 재단이 스스로 할일을 다하지않고 손쉽고 부도덕한 방법에 의존해 대학을 경영하겠다는 안이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기여입학제 찬성론자들은 미국과 서구대학들의 정착된 기여입학제의 장점을 역설하지만 구미의 어느 대학을 봐도 우리가 하겠다는 식으로 「돈을 받고 입학을 파는 방식」은 없다.

사회유지나 동문들로부터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지만,입학과 직접 맞바꾸는 기부금은 받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하겠다는 기여입학제는 쉽게 말해 현금을 받고 입학허가증을 팔겠다는 것이다. 교육은 도덕성의 기반을 떠나서는 존재하기가 어렵다. 대학입학 자격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교육의 핵심적 가치를 파괴하고 금전 만능주의를 조장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빈부격차의 갈등이 심화돼가고,과외를 시키느냐 못시키냐로 위화감이 팽배해져 가고 있는 이사회에서 여유계층에 대학 입학마저를 돈으로 해결할수 있게 한다면 사회정의와 교육의 공평성은 말할것도 없고 전체사회의 정통성까지 흔들리게 되는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오늘의 사학들이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불신의 골은 너무 깊다. 모든 사학들이 재정난으로 금방 쓰러진다고 비명인데도 대학설립 신청경쟁은 치열하기만하다. 정말 밑지는 대학이라면 왜 서로 하겠다는 것일까. 대학운영비의 85%를 학생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심한 경우는 재단의 기여가 1%도 안되는 대학들이 그래도 건재한다는 것은 아무리 따져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부정입학을 하고서도 재정난 때문이라고 강변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낄줄도 모르는 사학재단이 도사리고 있는 풍토에서 섣불리 기여 입학제를 허용한다면 그나마 정착된 대학입학 질서마저 엉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겠다면 먼저 사학재단이 책무를 다하고,대학 재정실상을 떳떳하게 공개할수 있을 만큼되어 국민들로부터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해결하는게 전제가 돼야 한다. 그때까지 정부는 사학지원금을 늘려주고,대학은 산학협동의 기여 프로그램 개발로 어려운 재정에 대처해야 한다. 5공정부의 최대교육 실책이었던 「대학 졸정제 도입」을 방불케할 우를 6공정부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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