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가을 정국은 의외로 화평무드에 젖어 있는것 같다. 예년 같으면 정기국회 개막에 즈음해서 여야가 전열을 가다듬고 위밍업을 하면서 전운이 감도는게 상례인데 이번엔 좀 다른것 같다. 아무 문제도 쟁점도 없는 태평성대라서 그런것도 아닌것 같은데 확실히 정치판이 조용해진 것만은 사실이다.이와함께 6·29선언이후 1천5백26일만에 노사분규가 1건도 없는날(3일)이 나왔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디.
87년 6·29선언이후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매일 많으면 2백67,적으면 6건의 노사분규가 있어왔으나 이날중에는 신규발생이나 진행중인 노사분규가 1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노사문제가 모두 해결되었기 때문에 「무분규일」이 생겼다는 얘기는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폭력사태와 강경투쟁이 횡행하던 노동현장이나 정치현장이 조용한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은 우선 반가운 현상이다. 문제와 쟁점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방법이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노사간에도 얽히고 설킬 문제가 많지만 정치현안으로 말하자면 어려운 숙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3대 국회를 마무리하고 14대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기에 할일이 더 많다. 우선 10일부터 열리는 정기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해야 한다. 이번 국회는 13대의 마지막 국회이기 때문에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선거를 의식해서 짜내놓은 팽창예산 시비가 심각하게 일어날 것이고 경제난국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잇달아 있을 내년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치가 잘안되어도 경제가 잘굴러갔기 때문에 선거때에도 할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치도 신통치 않은데다 경제마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경제난국에 대한 책임은 야당보다는 여당이 더 무겁게 느낄수 밖에 없을 것이다.
14대 총선을 위한 선거법 손질도 가을 정국이 풀어야할 과제의 하나이지만 민생문제에 비길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선거구냐 소선거구냐 하는 방향전환이라면 모르겠으나 현행제도를 한귀퉁이 손질해서 의석이나 몇개 늘리는 정도라면 국민적 관심사는 아니다.
여당안에서는 대선거구 주장이 아직 일부의 소수 의견으로 남아 있으나 대세의 흐름은 아닌것 같다. 야당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속셈이어서 선거법이 가을 정국을 시끄럽게 할것 같지는 않다. 여당안에서 다음 대통령 후보 선정문제를 둘러싸고 계파간의 신경전이 점점 가세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가을 정국에서 본격적으로 달아 오를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유엔 정국이 의외의 변수를 던질것이라는 예상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이 「화합의 정치」를 과시하러가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어울리지 않는 정치쇼를 보일것 같지는 않다.
가을 정국의 주요 관심사를 꼽자면 차라리 야당통합 문제를 떠올릴 수 있을것 같다. 뜨거운 여름 내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각 정당과 정파들이 하느라고 했지만 손에 집히는 소득은 아무것도 없었던게 바로 야당통합 작업이었다.
여당의 대통령후보 결정은 14대 총선 뒤에해도 늦지 않겠지만 야당통합은 총선전에 해야하기 때문에 가을정국부터 서둘러야 할판이다. 선거에 대한 야당의 위기의식이 서로 상승작용을 한다면 가장 뜨거운 문제로 등장할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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