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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예산」 여당이 앞장/민자,정부안 그대로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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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예산」 여당이 앞장/민자,정부안 그대로 수용

입력
199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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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주장 실종 증액요구까지/내년 선거 의식 경제현실 외면새해 예산규모와 편성내역을 둘러싼 당정간 갈등과 논란은 결국 내년의 주요 정치일정과 관련한 「정치논리」에 밀려 물가·국제수지 등의 경제현실이 뒷전에 처지는 결과로 일단락됐다.

올해 본예산 대비 24.2%가 늘어난 33조5천50억원 규모의 정부예산안을 민자당이 원안대로 수용함으로써 예산안심의 초기 당측의 삭감 주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당정간 줄다리기는 정부의 싱거운 판정승으로 결말이 난것이다.

민자당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비판하며 긴축재정 운용주장을 강력히 펴왔던 당초입장과 달리 계수조정 등 내부심의 과정서 14대 총선을 의식한 지역개발 예산의 대규모 책정을 요구,정부관계자들이 일르 조정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개운찮은 뒷맛까지 남겼다.

결국 민자당은 이 과정에서 말따로 행동따로의 정책 일관성 부재를 드러내며 팽창예산 책정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달 14일 새해예산 심의를 위한 첫 당정회의가 열렸을때만 해도 민자등은 전에없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나웅배 정책위의장과 서상목 정조실장 등 당의 핵심정책 관계자들은 『지금은 무역수지 관리와 물가안정을 위해 재정긴축이 절실할때』라고 지적,『예산안 증가율을 20%이내로 하향조정 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최각규 부총리 등 정부측은 『내년도 예산증가율은 올해 본예산에 2차례의 추경을 포함하면 6.7%에 불과하다』면서 ▲사회간접자본 확충 ▲주택 2백만호 건설 ▲공무원 처우개선 등 6공 숙원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이 정도의 예산책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이번 예산규모는 추경편성 가능성을 배제하고 정확한 세수추계를 고려한 「세입내 세출예산」이기 때문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다가 불과 며칠후 나의장의 청와대 정책보고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당정간 불필요한 예산규모 논쟁을 삼가라』고 언급한이후 민자당의 예산규모 시비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었던 것.

오히려 민자당은 이때부터 총선을 겨냥한 지역개발 예산 따내기에 주력,앞뒤가 맞지않는 모습을 보인게 사실이다. 부처별 예산심의 첫날인 지난달 26일 정창화·이긍규의원 등 농촌 출신의원들이 농어촌 구조조정 사업비의 증액을 위해 총규모 순증이라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한것은 단적인 예.

부처별 심의에서 의원들은 무려 2조원의 예산증액을 요구했고 계수조정 결과 6천억원 증액안을 최종 제시해 정부 관계자들의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의 당정간 최대 쟁점사항은 농어촌구조 조정사업비 증액에 따른 인건비 방위비 등 경직성 비용 삭감문제.

민자당은 농어촌 분야에 1조원의 예산증액을 줄곧 요구했는데 이는 향후 국내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배한 농촌체질 강화의 필요성도 있으나 무엇보다 선거를 앞두고 8백만 농어민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 결국 당정은 특별회계라는 「편법」을 도입해 본예산 증액없이 일단 4천억원을 농어촌 부문에 추가편성했다.

민자당은 이와함께 총 22조4천6백28억원으로 전체예산의 67%를 차지하고 있는 경직성 경비가 올해 대비 23.1%나 증가되는 등 과다책정 됐다며 대폭 삭감을 통한 농어촌 부분에로의 전용을 주장해왔다.

특히 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공무원 봉급인상률이 12.7%로 여타민간 분야의 한자릿수 임금인상률을 크게 상회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이중 1천6백억원 정도를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 신규채용,청사신축 등의 억제는 수용할수 있으나 대통령 공약사항인 공무원 봉급인상률의 하향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완강한 태도여서 절충 가능성은 거의 희박한 실정.

또 경직성 경비중 8조7천억원 규모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방위비에 대해서는 초반에 일부 의원들이 조정을 요구했으나 실제 심의에 들어가서는 거의 언급조차 되지않은채 통과됐다.

민자당은 정원식 국무총리와 김영삼대표 최고위원 등이 참석하는 오는 7일의 예산 관련 고위당정회의에서 긴축재정의 필요성과 농어촌 부문투자 확대라는 당의 입장을 재차 강조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의 당정간 분위기나 과거의 예로볼때 실제로 예산안에 반영될 확률은 극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국제무역수지적자,물가상승,인력난 등 최근 우리 경제가 심각한 「합병증」을 앓고있는 가운데 민자당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사실상 그대로 추인 함으로써 정부는 물론 민자당 역시 「팽창예산 편성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예산안통과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한바탕 격돌이 예상된다.

신민당 등 야당측은 이미 이번 예산안이 시대상황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선심성 팽창예산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국회예결위 심의과정에서 날치기 통과­육탄방어의 사단이 재현될 소지도 없지 않다.

다만 야당 역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민원성」 예산책정이 필요한 만큼 과거와 같은 극한 반대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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