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인가. 세계공산주의자들의 우상인 레닌의 동상이 모스크바 거리에 내동댕이 쳐지자 북경의 등소평이 추위를 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지난 89년 6월 북경 천안문 광장에서의 자유화 시위를 전차로 눌러 버렸던 압제의 장본인. 경제개혁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천안문의 악몽이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등소평은 소련공산당의 해체 등 인접 소련서의 공산주의체제 와해가 몰아올 충격파를 중화시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 그는 최근 있을지모를 당의 동요를 막으려는 취지에서 전국 각 지역에 24자로 된 「목계 6개조」를 지시했다. ◆그 내용은 ①냉정관찰(냉철히 관찰하라) ②은주진각(기반을 다지라) ③심착응부(침착하게 대처하라) ④도광양회(힘을 기르라) ⑤선어수졸(분수를 가리라)⑥절부당두(결코 앞서 나서지마라) 등이다. 즉 동요하지 말고 냉정히 대처하며 남의 내정에 간섭치 말고 중국의 국내건설에나 전념하며 사회주의국가의 리더가 되지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등소평의 이 지시는 자유중국(대만)이 71년 10월 유엔서 축출됐을때 장개석총통이 1천5백만 국민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공포했던 8자의 경구를 연상시킨다. 장총장은 장경자강 처변불정(스스로 자강을 구하여 어떠한 변화에도 놀라지 말라)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84세였다. 대만은 그후 유엔뿐 아니라 「대만중국」으로 국호를 바꾸지 않으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사실 모든 국제기구로부터 축출되는 비운을 겪어야 한다. ◆대만은 국제정치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경제개발에 성공,신흥공업국 가운데서도 국제수지의 흑자기조가 확립된 경제중진국이 됐다. 경제거인 대만은 오늘날 정치거인 대륙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교류를 터가고 있다. 공산주의가 하나 둘 소멸해가는 현추세에 대만은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다. 등소평이 20년뒤 장총통의 경구와 유사한 경구를 내놓을 줄 누가 예측했겠는가.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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