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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성장/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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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성장/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1.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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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공짜가 없는것 같다. 경제발전 단계론으로 한때 한국과 같은 개도국에서 성가가 높았던 미경제학자 유진·로스트박사 같은 사람은 후진국은 선진국을 모방,경제발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모방은 어디까지나 모방이다. 자기의 것이 아니다. 완전한 내것으로 만드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동구는 역사의 줄을 잘못서 전후 반세기만에 공산주의에서 서구자본주의로 체제전환,현재 과도기적인 진통기를 헤쳐가고 있다. 다행히 역사의 줄을 올바로선 한국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의한 경제개발에 성공,1인당 GNP 6천달러를 넘는 신흥공업국이 됐다. 그러나 3,5공의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주도권 개발이므로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희생은 컸다. 한마디로 국가나 국민이 경제만 성장,「졸부의 사고」를 가지게된 것이다. 어느나라 어느 국민인들 남에게 인정받고 싶지 않겠는가. 우리들은 이 욕구가 유별나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제적 인정을 갈구한다. 올림픽 하나만으로는 미흡,93년 하반기에 대전에서 「경제올림픽」이라는 엑스포를 개최한다.

의미가 다른 차원의 것이지마는 오는 9월의 「지각 유엔가입」이 정부의 유엔 콤픔렉스를 해소해줄 것이다. 그런가하면 오는 90년대 중반에서는 선진 20개국 기구인 OECD(경제개발기구)에 가입할 계획을 해놓고 있다. 한국이 이 기구에 가입한 다면 전후 개도국으로서 가입하는 첫나라가 된다.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가입하는 첫 나라가 된다. 그러나 한국 한국과 국민이 정말로 선진국과 선진국민으로서 예유를 받을수 있으냐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지금 졸부의 사고와 행태가 만연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가치관이 혼동된 사회다. 사회는 본질적으로 생존경쟁의 장이다. 따라서 「4각의 정글」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원색적인 경쟁은 법과 질서에 의해 다스려지고 문명에 의해 순환된다. 오늘날의 구미 선진사회는 르네상스,자유주의,계몽사상,시민혁명 등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일찍이 근대적 시민사회를 형성했던 것. 한국은 봉건왕제­강요된 개화­일제의 식민통치­냉전체제하의 반공개발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역정으로 서구적인 시민사회를 형성할 기회가 없었다.

6공이후 비로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크게 신장했지마는 전통가치관의 붕과와 새로운 가치관의 미성숙에 따른 과도적인 혼란이 확보하고 있다. 돈과 섹스,부정과 비리,허례·허식이 판을 친다. 개인과 이익집단간에 본능적인 이기주의가 양보와 타협을 허용치 않는다. 땅·아파트 등의 부동산투기,있는자들의 과소비,투기성강한 증권시장,예체능대 교수와 일부 사립교의 대학 입시부정,관청 및 민간관료주의의 부패,기업들의 반도덕성,끊이지 않는 가정파괴범,「왜 짜려」형의 우발적 살인,퇴폐성 해외관광,호화성 외유,무질서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대도시 교통,민선의원들의 파행 등등 사회가 거대한 블랙 홀(검은 공간)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진짜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지마는 시민사회의 자율 및 자치 능력이 아직 싹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같다. 구미,일본 등 선진사회의 특성은 사회의 주류에 준법 및 페어플레이 정신과 근검절약 정신이 강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기주의가 뿌리막혀 있으나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건전한 시민의식이 생성되지 않고는 건전한 사회가 있을수 없다. 또한 경제발전에도 제약이 따른다. 벌써 그 폐해가 오고 있다. 우리로서는 선발국이 지불한 시간과 피와 땀의 대가를 가능한 할인하면서 서구형의 시민사회를 이루는 것이 역사적 과제다. 물론 윗물이 먼저 맑아야 한다. 그러나 아랫물도 맑아지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겠다. 진정한 선진의 길은 문명의 선진화에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비문화적이고 비문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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