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와해로 카운터파트 상실… 더 심각/상원 새국장 인준 청문회때 윤곽 드러날듯【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 중앙정보국(CIA)이 9월1일을 기해 「국장유고」 상태에 들어갔다. 지난 5월8일 윌리업·웹스터 국장의 퇴임이 전 CIA 부국장이며 현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인 로버트·게이츠가 부시 대통령에 의해 후임국장에 지명됐으나 상원이 4개월이 다돼도 아직 인준을 위한 청문회마저 개최할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에 걸쳐 『게이츠는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인 동시에 훌륭한 인물이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증거를 대서 말하기로 하고 속히 인준절차를 시작해주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었다.
그러나 상원은 아직 깜깜 무소식이다.
게이츠 인준을 위한 청문회가 늦어지고 있는 주된이유는 물론 그가 이란콘트라사건 당시 CIA국장으로 있었으며 이 사건에 연류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비록 그가 적극적으로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명백지 않더라도 부국장의 지위라면 적어도 이 사건을 알고는 있었을 것이 분명하며 그렇다면 이를 저지했어야 할것 아니냐고 게이츠 임명 반대자들은 말하고 있다.
게이츠가 이 사건을 적어도 알고는 있었다는 전직 CIA간부의 유력한 증언이 최근에 나와 게이츠편을 더욱 불리하게 몰아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소련사태가 터졌다. 소련사태는 게이츠에게 두가지 측면에서 상원인준을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다.
하나는 게이츠가 그동안 고르바초프의 개혁주의가 결국 실패할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련의 더욱 위험한 미국의 적이 될것이라는 소신을 펴온 장본인이라는 사실이다.
둘째는 CIA의 천적인 KGB(소련 비밀경찰)가 형편없이 약해짐에 따라 CIA 자체의 기구축소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정책보좌관 중에는 고르바초프 정책의 향방에 대해 긍정파와 부정파가 있어왔는데 게이츠는 말하자면 부정파에 속했었다.
CIA국장인준의 1차적 책임을 지고있는 상원 정보위원장 데이비드·보렌의원(민)은 소련 공산주의가 해체되고 KGB가 축소된 지금 CIA도 재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 CIA국장은 냉전체제 아래에서의 CIA운영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을 갖는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예를들어 국내정보 활동은 다른 기관에 넘겨주고 오직 국제정보만 취급한다든지,소련 KGB에 대항해 싸우는 방식에서 세계경제 문제로 방향을 돌린다는 것 등이다.
현재 CIA의 연 예산은 한국정부의 전체예산과 맞먹는 3백억달러이다. 이 엄청난 정보예산도 따라서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은 CIA외에 통신정보망 요격을 통해 정보를 수집·평가하고 있는 국가안전국(National Security Agency) 군사무기 정보를 주로 다루는 국방정보국(Defence Intelligence Agency) 인공위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정찰청(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 등이 있다. CIA 예산 3백억달러는 이들 전체정보 기관 예산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거대한 예산을 다루는 의회로서는 미국의 제1가상적인 소련에서 공산체제가 무너진 지금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는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에대해 CIA측의 반발은 강력하다.
게이츠가 상원인준 절차를 기다리는 동안 CIA대리국장을 맡는 리처드·커 현 부국장은 소련의 현 사태를 안정으로 보기보다는 불안정으로 봐야 하기때문에 CIA의 정보활동은 더욱 강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미CIA는 지금까지 흔히 KGB의 대칭기관으로 인식돼 왔지만 사실 CIA는 KGB축소가 CIA축소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된다는 견해다.
CIA축소론이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될것이며,실제 축소될것인지는 게이츠 청문회를 통해 그 윤곽이 밝혀질것이다. 아마도 게이츠가 CIA 축소론을 들고 나온다면 그의 인준은 좀 쉬워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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