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의 선거법 개정의견이 때아닌 평지풍파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선관위가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법 개정의견에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판결확정때까지 국회의원 직무를 정치 시킨다」는 규정이 들어있자 정치권,특히 야당은 즉각 반대의견을 표시하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때까 무죄로 추정된다」는 헌법조항에 위배된다는게 반대 이유이다. 여당인 민자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기는 마찬가지다.
정치권의 반대입장 표명은 일견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로 비치기도 한다. 명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의원들이 자신의 발목을 스스로 옭아맬 일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선관위도 이같은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을 법하다. 때문에 여론환기용이거나 정치 불신분위기에 편승,차제에 선관위 입장을 강화하기위해 느닷없이 이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주장이 심정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선거법을 안중에 두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지키라고 만든법이 아니라 피해가라고 만든 법이라는게 우리의 선거풍토다. 그리고 선거법 위반 공판은 의원들의 임기가 끝날때까지 계속되는 관행처럼 돼버린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법 준수를 유도하기 위해 위험적 입법을 구상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참다운 의회정치를 하기위해 가장 비의회적인 방법을 사용하게되는 셈이다.
선관위는 국회의원 직무정지가 권리의 본질적 침해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하루가 소중한 의원에게 최대 1년의 직무정치는 결정적인 권리침해일수 있다. 더욱이 상급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올경우 박탈됐던 민의는 어디에서 되찾을 수 있단 말인가.
한 개인을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과정에 하자가 없어야 하는것 못지않게 의원들이 제기능을 할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의회의 권능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선관위 주장에서 언뜻 우리 사회에 번지는 「의회경시」 풍조를 보았다면 과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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