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권 가입으로 양적확대 분명/기존 회원국들 부의 분배 불가피【파리=김영환특파원】 『대서양에서 어디까지인가』 유럽공동체(EC) 통합이 소련의 격변으로 앞으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리라는 주장이 점차 고개를 들고있다.
「소련제국」이 탄탄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금세기말까지는 통합의 질적 심화를 추구하려던 EC는 동유럽 각국의 EC가입 압력에 소련사태까지 겹쳐 당초의 통합시간표를 제대로 맞추기가 극히 힘들게 됐다.
소련사태 이전까지 EC는 기존가입 12개국에,유럽자유무역연합(EFTA) 6개국 및 자유무역 협정을 맺고 있는 일부 「선진」 동구국(헝가리 체코 폴란드)을 준회원으로 가맹시킨다는 이른바 「동심원구상」을 갖고 있었다.
물론 대처 전 영국총리는 신생동 구민주국들의 열망에 부응하여 EC를 확대하자고 주장했지만 양적확대는 유럽의 인정축으로서의 EC혁할을 희석시킨다는 것이 프랑스 등의 반론이었다.
그러나 이제 EC가 발트3국의 독립을 승인하는 등 소련혁명으로 전반적인 상황이 급전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회원국들의 태도가 흔들리고 있다.
EC의 발트3국 승인은 형식상 EC외무장관 회담이라는 「한목소리」를 거치긴 했지만 각국의 보조는 결코 통일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더욱이 덴마크는 EC의 대열을 이탈,제일 먼저 발트3국을 승인했다. 또 통일이후 유럽의 초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독일은 독소 비밀조약에 의해 이들의 합병을 승인한 역사적 과오를 씻기위해 앞장서서 발트3국의 승인을 서둘렀으며 EC준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영국은 처음엔 소련이 이들이 독립을 승인할때까지 기다리자는 미국의 입장에 서있었으나 다른 나라가 보조를 취하지 않자 태도를 바꾸었다. 프랑스 역시 소련이 유지라는 맥락에서 EC의 한목소리를 강조했으나 뒤마장관이 누구보다 먼저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을 방문,외교수립 문서를 교환함으로써 기민성을 과시하고 소련 쿠데타에 대해 미테랑 대통령이 취한 초기의 흐릿한 태도를 수정했다.
이제 EC의 문을 두드리는 나라들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발트3국은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서 보호받기 위해 EC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백러시아 그루지야 등도 EC가입을 바랄것이 분명하다. 유고의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 공화국도 유고연방에서 분리독립할 경우 안전을 위해 가입을 원할 것이다.
EC가입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있어 EC의 울타리속에 포함되는 것은 경제적 구원이기도 하다.
자크·들로르 EC위원장은 『EC 각국이 의지와 용기를 보여야 한다. 어제는 동구인들에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다가 그 다음날엔 그들의 물건을 안사겠다고 할수있느냐』고 반문했다.
들로르의 기존 EC의 심화는 그대로 진행시키면서 동구국들을 준가맹회원국으로 만족시키자는 것이다.
물론 서유럽국가의 입장에서 볼때 동구국에 대해선 EC에 연결시켜 무역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원조보다 위험부담이 적다. 그러나 그것조차 철강·섬유·농업부문의 제품유입에 고용문제 등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는 서유럽 각국 정부들은 망설이고 있다.
결국 동구국가들의 곤경은 서방에겐 거대한 이민유입의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마냥 빗장을 걸고 있을수만은 없다. EC외무장관들이 소련 쿠데타 실패후 체코 헝가리 폴란드의 조속한 EC준가입을 가속화하기로 잠정합의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제 역사문화적으로 공동운명체가 될수밖에 없는 유럽은 혼란과 유혈을 막기위해 부를 나눠야할 때가 왔다. 때문에 정회윈이든 준회윈이든 EC의 확대는 더 망설일수 없는 역사발전의 과정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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