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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새로운 소련에 여전히 필요”(TIME본지특약:9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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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새로운 소련에 여전히 필요”(TIME본지특약:9월9일자)

입력
199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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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옐친과 달리 건전/공화국간 이해충돌 조정 적임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에게 한가지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강한 생존본능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르바초프는 서방정치가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실수를 저지른후 지난주 크렘린궁에 복귀했다. 그는 다소 호되고 모욕적인 경험을 하긴 했지만 소연방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은 게속 행사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불발 쿠데타가 권력의 핵심부에 깊은 흠집을 내긴했지만 고르바초프는 그의 존재자체가 발휘하는 잠재력에 의해 그것을 메우고 있다.

보리스·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에 의해 영도된 분노한 러시아인들은 연방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것 같았다.

옐친은 한때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고르바초프의 역할이 엄청나게 약화됐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지난주 자신이 러시아인들의 포로가 되기위해 크리미아에서의 연금상태를 빠져나온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고르바초프는 러시아공화국보다 더 큰 소연방 전체를 다루는데 있어 옐친을 견제할 수 있는 자신감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고르바초프는 새로운 소련의 잉태과정에서 그가 여전히 독자적인 역할을 담당할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쿠데타 발생직후 도박사들은 고르비가 복귀할 확률을 1백분의 1로 점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르비가 재집권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듯하다.

급진개혁론에 대한 고르비의 단호한 거부감이 그의 재기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고르비는 또한 옐친의 불규칙한 행동으로부터 더 많은 덕을 보고있다.

변덕스러운 옐친과 달리 고르바초프는 위험하지 않으며 건전하다.

가령 러시아공 영토에 대한 옐친의 주장은 개구쟁이들이 쏘아올린 폭죽처럼 터져버릴 기세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옐친은 발트3국중 하나를 방문한다는 구실로 행선지를 정하지도 않은채 슬그머니 모스크바를 빠져 나갔다.

고르바초프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가 독재자가 되려한다고 몰아세운다.

물론 고르비는 독재가가 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항상 그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주저했다. 쿠데타 주동자들이 그에게 사임을 권유했을때 그는 소련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할 사명감을 강조하며 거부했다.

옐친은 고르비와는 대조적으로 강제적인 포고령에 의해 변화를 유발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산당 기관지를 무력화시킨 옐친의 명령은 기본권들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기우의 신호탄이었다. 왜냐하면 고르바초프만이 새로운 러시아 혁명이 과열되는 것을 견제할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옐친은 중앙정부의 권위를 약화시키려고 하지만 쿠데타의 실패는 오히려 「차르보리스」의 새로운 러시아 제국이 출현하는데 대한 우려를 낳았다.

고르바초프는 이제 독립적인 권력중재자와 새로운 연방의 수호자로서 틀림없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붕괴위기를 극복한 뒤의 국가형태가 무엇이되든 각 공화국의 상충되는 주장들을 판단할 정부기구는 꼭 필요하다. 이 경우 고르바초프가 맡고 있는 연방대통령직은 행정부적 역할에 대한 논리적 대안으로 등장할 것이다.

고르바초프­옐친 연합은 소련 개혁정치에 있어 오랜 철칙이었다. 그러나 이 두구성분자는 경험과 기질면에서 이질성이 많다.

고르바초프는 전진하는 걸음마다 심사숙고하는 신중한 인파이터인 반면 옐친은 난폭한 거리의 싸움꾼이다.

고르바초프가 백악관과 발티칸을 다녀온 세련된 여행가라면 옐친은 시장바닥에서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 받는 독설가이다.

권력의 균형이 옐친쪽으로 유리하게 움직였다고 해서 소련 정치의 기본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주간의 사건들이 주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도 미하일·고르바초프를 무용지물로 만들려고 대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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