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도 가짜… 이의 “원천봉쇄”/항의하면 욕설·공갈만 돌아와/소비자연맹 작년 9천건 접수… 실제론 수백배조잡한 상품을 속임수로 떠맡긴뒤 해약이나 반품을 거부한채 우격다짐으로 돈을 받아내는 방문사기 판매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밤늦은 시간이나 대낮 주부와 아이들만 있는 시간을 골라 반협박조로 물건을 강매하거나 설문조사·회원가입서·전시회참가서 등을 물품구입 계약서로 위조,물건을 보내는 방법을 사용한뒤 전화번호를 허위기재하거나 판매처를 변경해 반품이나 해약을 못하도록 한다.
이들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0여개 소비자단체에 고발센터가 설치돼 있고 지난 5월 개정된 「도소매업 진흥법」 등에 의한 소비자 구제장치가 마련돼 있으나 소비자들의 무지와 갈수록 악랄해져가는 수법 때문에 이들의 횡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한해에만 한국소비자연맹에 접수된 방문사기판매 피해사례가 9천여건에 이르고 있으나 실제피해자는 수십∼수백배에 달할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방문사기판매의 주요품목은 도서전집류를 비롯,화장품·도자기·주방용품·그림·교육용테이프·자석요·건강식품 등이다.
이들 상품 대부분이 무허가공장 등에서 조악하게 제작된 것임은 말할것도 없다. 판매업자들은 이들 물건들을 그럴듯한 유명회사 제품인 것으로 상표를 도용하거나 도예가·화가들의 이름을 도용,소비자를 속인다.
주부 최모씨(44·서울 강서구 등촌동)는 최근 이들의 협박에 시달려 노이로제에 걸려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4월18일 집에 혼자있던 딸 박모양(19·서울 K대 1)에게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유익한 책을 무료 배포하고 있다』며 20권짜리 전집류를 떠맡기다시피 놓고 돌아간 D중앙회 판매원이 일주일뒤부터 대금 25만원 청구서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내용인데다 오자·탈자가 수두룩해 반품하겠다고 했으나 연락번호 조차 모두 가짜였다.
최씨는 이튿날 홧김에 판매업체와 출판사를 모두 경찰에 고소했으나 「혹시 어린딸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슬며시 대금을 보내고는 며칠후 고소도 취하해버리고 말았다.
한살박이 아기를 둔 주부 방모씨(31·서울 송파구 삼전동)도 지난 3월 K서관의 유아용교재를 속아샀다가 곤욕을 치렀다.
20대 여자 3명이 동사무소에서 나왔다며 신생아 출생조사에 필요하다고 신상을 물어본뒤 국가에서 무료로 아기의 IQ검사를 해준다며 도장을 받아간뒤 유아용 교재전집과 69만원짜리 대금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어이가 없어진 방씨는 K서관에 전화했더니 욕설과 함께 『판매업체는 다르니 C교육에 연락해보라』는 말만 들었다.
C교육에서는 한술 더 떠 「무식한 여자에게 법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알려주겠다」고 금세 달려올 것처럼 협박해 겁에 질려 전화를 끊고는 돈을 우송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부 김종훈 대리(37)는 『현재로선 방문판매 업체들의 횡포를 근절할 묘책은 없다』며 『소비자보호를 강화키위해 방문판매의 피해유형과 사기상술에 대한 구체적 제재법규 마련이 시급하고 방문판매 업체들의 등록요건을 강화해 불량업체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이동국·김병주기자>이동국·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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