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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아내 이틀뒤에야 발견/격무 경찰간부 「통곡의 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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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아내 이틀뒤에야 발견/격무 경찰간부 「통곡의 진혼」

입력
199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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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부서장 박진석총경/한달 한두번 귀가 고작/집에 전화할틈도 없어경찰서장의 아내가 지병인 고혈압으로 아파트에서 혼자 숨졌다. 남편은 이틀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범죄와의 전쟁 50일 작전」 때문에 귀가하지 못한채 연락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경찰간부는 병약한 아내를 돌보지 못했다는 회한의 눈물을 쏟고 있다.

2일 상오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영안실에서는 경찰간부 30여명이 인천 중부서장 박진석 총경(50)을 위로하며 남의 일이 아니라는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박총경이 쓸쓸히 숨져간 아내 이영자씨(49)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숨진지 이틀 뒤인 8월31일. 근무지가 인천이어서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 우성아파트 자택에는 한달에 한두번밖에 들르지 못했고 최근 50일 작전이 시작된 뒤에는 더욱 집에 갈 생각도 못하던 박총경은 지난달 29일 부부동반으로 장모생일에 가려던 약속을 취소하려고 집에 전화를 걸었다.

남편의 격무를 이해하는 이씨는 매번 그랫듯이 혼자 가겠다며 오히려 남편을 위로했고 박총경은 평소대로 경찰서에서 대기근무했다.

그러나 29일 하오 처가에는 아내가 도착하지 않았다. 집에서도 전화를 받지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도저히 집에 가볼 짬이 안나 박총경은 혼자 걱정만 할수밖에 없었다.

박총경은 31일 하오에야 관할 송파경찰서에 연락,아파트문을 뜯고 들어가보도록 부탁했다. 이씨는 이미 숨진지 이틀이 지나 부패한 상태로 말없이 누워있었다.

박총경은 엄마와 함께 살던 고3짜리 막내아들(19)을 찾았지만 아들은 『문이 잠겨있어 아버지를 만나러 인천에 가신줄 알고 독서실에서 공부하다가 학교에 갔다』고 울먹일 뿐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지병인 고혈압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총경은 막내 아들을 끌어안고 『조금만 신경썼으면 살릴수 있었을텐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68년 간부후보생 18기로 경찰에 투신,경찰서장의 위치까지 오른 박총경은 그동안 바깥으로만 나돈 자신을 뒷바라지해온 아내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숨져갔다는 죄책감에 가슴을 저미는 슬픔을 이길수 없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료 경찰간부들은 『우리들도 집에 못 들어간지 얼마나 되는지 기억조차 안난다』고 위로했다.

박총경은 위로의 말이 궁색한 동료들에게 『그래도 올 여름휴가를 아내와 함께 다녀온 것이 다행』이라고 얼굴을 쳐들어 눈물을 말리면서 아내를 묻기위해 장지인 장호원으로 향했다.

경찰청은 이날 불법시위자·조직폭력수배자 검거실적이 부진한 경찰간부 41명에게 무더기로 경고장을 보냈다.<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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