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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사태와 한반도… 북경 어떻게보나/조영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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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사태와 한반도… 북경 어떻게보나/조영환(특별기고)

입력
199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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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한시각」 아직 냉랭”/무너진 레닌… 체제빗장 “강화”/「조기수교설」등은 지나친 기대/북한­일·미와의 관계개선이 더 빠를수도「역사적」이라는 말을 쓰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이지만 이번 소련사태의 역사적 심각성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강택민 총서기·이붕 총리·양상곤 국가주석 등 중국지도부는 소련사태에 대한 직접 언급은 피한채 『우리는 타국에 내정간섭을 한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평화공존 5원칙에 입각,어느 나라와도 우호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동란때의 참전을 내정간섭이 아니라고 잡아 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소련 사태에서도 서방의 지지없이 고르비의 복귀가 가능했을까도 생각해 본다.

세계대전의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이 시대에는 안보와 평화의 개념도 점차 바뀌고 있다. 안보가 군사적인 측면만이 아니고 평화도 국경선 밖의 일만이 아니게 됐다. 즉 고르바초프는 미국과의 군축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앞으로 소련이 붕괴돼 세계평화에 악영향을 미치게되면 그 공로도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베트남 평화협정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키신저와 레·둑·토가 75년 베트남 무력통일로 머쓱해진 것과 비슷하다.

고르비는 독일인에게 「통일」을 선물했다. 고르비는 또한 한국인들에게 같은 선물을 주려고 했던 것 같다. 80년대초만해도 한반도관계는 미·중·북한 사이의 3자회담제안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한소 수교후에는 4강중 소련만이 서울과 평양의 동시수교국이 되어 한반도 문제해결에 자신감을 가졌던 듯하다.

중국의 학자들도 이번 소련사태로 충격을 받고 있고 중국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중국학자들에게 받은 인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소련정변이 발생하자 중국의 지도층은 처음에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그러나 고르비가 복귀하고 옐친의 위상이 격상되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고르비가 등장,양국간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했고 지난해 이붕 총리에 이어 올해 5월에는 강택민 총서기 등이 소련을 방문해 소련의 군 및 KGB의 강경파 지도층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쿠데타를 저지한 옐친의 주도로 러시아공내의 공산당을 불법화하고 최고회의서 소련 전국의 공산당 활동을 정지시켜 「형제국」으로서의 성격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소련에서 레닌동상이 끌어내려지고 제조까지 금지되자 중국의 3대 지도사상인 마르크시즘·레닌이즘·모택동 사상중 하나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둘째,소련 군사력의 약화는 7천㎞가 넘는 국경을 접한 중국으로서 당장은 좋아할 일이다. 그러나 미국만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결과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인도에 가까운 티베트,소련에 접경돼 있는 신강성,몽골과 갈라져 있는 내몽고 등 영토의 반이상에서 한족이 아닌 이 민족이 살고있는 중국으로서는 소련에서처럼 자치지구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사태가 격화되면 정말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

특히 중국은 20세기의 대부분을 군벌의 발호,일본의 침략,국공간의 내란,문혁 등 혼란상태에서 보냈고 현재도 대만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에 국가연합이나 연방제는 생각할 수도 없다. 따라서 소련 사태는 중국의 소수민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것이다.

셋째,중국은 소련의 곤경을 보고 그간의 점진적인 개방정책이 옳았다는 확신을 얻은 것 같다. 즉 소련은 중국의 경제개혁을 보고 자극받아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 등 전반적인 개혁을 하다가 무정부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보고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인들의 대한인식은 아직도 냉랭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련사태후 한국에서 「북한의 도발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것은 한국인의 피해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너무 강조해 미 일에 압력을 넣고 있고 특히 북한·일본 수교회담의 전제로 북한의 핵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의 국교를 정상화시킬때에는 중국의 핵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 「개발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왜 야단이냐는 지적이다.

또한 중국학자들은 한국 언론에서 「중국과의 조기수교설」을 계속 터뜨리는 것과는 달리 냉랭하다. 가장 빠른 전망이 북한·일 수교후이며 어떤이는 북한·미 수교후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들은 한소 수교로 한국으로서는 별소득이 없었고 소련은 북한과 멀어져 국내 보수강경파의 불만을 샀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한국이 경제발전으로 이미 강국이 되어있고 소련과의 수교가 아니더라도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남북 유엔동시가입은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인들은 은근히 이번의 유엔동시가입 과정에서 북한을 설득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과시했지만 그것은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엔의 「보편성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소련은 대부분 1·2차대전중 연방에 편입된 공화국들로 구성돼 있어 쉽게 정치안정을 얻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이번 겨울에 식량·전력난까지 겹치게되면 서방의 원조 없이는 더욱 고르바초프 등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될 것이다. 결국 소련은 현재의 군사비를 대폭 감축,이를 경공업 육성으로 돌리는 체제개편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소련과 북한의 어려움 때문에 상대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게 좋아할일만은 아니다. 양국 국민들이 73년 유엔에 가입했을때 지금의 우리처럼 「통일에의 기여」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일 이곳에서 열렸던 제4차 북한·일 수교회담에서 이은혜 신원조사 문제에 걸려 본회담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현재로 봐서는 배상문제·북송 일본인처 문제 등 양국간 현안이 산적해 있어 연내수교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오는 9월 유엔에 동시가입하고 내년에는 북경과의 수교를 통해 통일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전략이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

우리정부가 북방외교 등 바깥 문제에만 너무 신경을 쓰지말고 착실히 과학기술투자·여성과 영세민 문제 등 내치를 다져나간다면 통일을 위한 또다른 호기를 맞았을때 이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소련사태를 보면서 정보의 흐름이 자유로운 오늘날 더이상 중앙정부의 강경통치는 어려우며 국민의 지지를 받지못하는 권력은 어떤 체제에서든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북경에서 경남대 교수·극동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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