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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카다코프가 영지서 밝힌 「러시아의 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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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카다코프가 영지서 밝힌 「러시아의 장래」

입력
1991.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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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지식인 「도덕적 가치」 회복을”/“「위대한 러시아문화」의 새 조망·인식 절실/민족주의자등 분열조장… 선택은 우리가”소련 급진개혁파 주간지 모스크바뉴스의 기고가이자 작가인 알렉산데르·카다코프가 최근 한 영국신문에 「러시아의 장래」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쿠데타이후 소련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했다. 소연방의 붕괴와 내전 가능성을 일찍이 점쳤던 베스트셀러 「망명객」(The Defector)이란 책을 저술했던 유명한 작가인 카다코프는 쿠데타 실패이후 공산당의 몰락과 연방해체 등 급격한 변혁을 맞고있는 소련의 장래에 대해 작가적 냉철함을 갖고 도덕적 관점에서 이를 진단했다. 다음은 카다코프의 기고문 요지.<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우리나라에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일어났던 사건은 이제 역사가들의 연구거리가 됐다. 위험과 공포의 감정은 사라졌고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우려만이 우리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그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이며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또 그 미래는 우리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

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시대는 우리에게 목청껏 소리를 높일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고르바초프는 흐루시초프와는 달리 국가개혁의 지도자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균형을 잃고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끌려 들어갔다. 고르바초프는 급진개혁파들의 비판과 보수공산주의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보다 안전한 길을 택했다. 이는 그의 단견이었다.

마침내 쿠데타가 일어났고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우리는 이제 승리의 환희에서 벗어나 우리의 앞날을 생각해야 하는 사색과 침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연방해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각 공화국은 우선 경제적으로 유대를 맺고 후에 정치적 협조를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면 나와 같은 인텔리겐차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할일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인텔리겐차들의 임무는 국민들에게 러시아문화의 위대함을 깨닫게 가르치는 것이다.

이 러시아문화의 위대함은 정치·종교·철학보다 국민들의 잃어버렸던 도덕을 회복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문화의 정수는 그동안 국민들의 마음속에 뿌리깊게 박힌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홉 푸슈킨 등의 문화작품을 제대로 해석하고 이를 소화하는 것이다.

공산주의로 훼손된 국민들의 마음을 정화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는 현재 위대한 러시아의 승리감에 도취돼 러시아인의 「쇼비니즘」(국수주의)이 고조되고 있으며 민족주의자와 공산주의 추종자들이 새로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을 잘 알고있다.

「시장경제체제」와 새롭게 도입된 「소비자」라는 개념이 공산당을 해체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길이 인텔리겐차들에게는 어쩌면 더 어려운 시련의 길일수도 있다. 인텔리겐차들은 소비대중을 위한 값싼 문화로 포장된 상품을 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가치와 도덕을 위한 보호자로서 사명을 다할 것인지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당황하고 있다.

나는 지난해 겨울 이번 8월의 사건과 유사한 「이야기꾼」(The Story Teller)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바 있다.

고르바초프를 제거하려는 쿠데타가 실패한 것과 비슷한 내용의 이 소설은 오는 93년에 일어날 사건을 가상으로 적었으나 예상보다 일찍 이 쿠데타는 바로 며칠전에 일어났다.

이 책에서 나는 현재와 같은 상황,즉 공산당이 몰락하고 발트3국이 독립해 소연방이 해체되며 내전이 일어나는 등 혼란이 일어났으나 훌륭한 사람들이 결국 승리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여러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에게 미래에 대한 안심이 되는 점이 있다면 우리앞에 놓여있는 위험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이를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논란의 와중에서 우리와 같은 지식인들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무너진 공산주의의 이념위에 러시아문화의 위대함을 새로운 가치로써 정립시켜야 한다.

우리는 알려진 위험이 모르는 위험보다 훨씬 피하기가 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좌절과 주저함 보다는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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