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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금 2백만원 수재의연금으로…”/총리 폭행학생 검거 김광섭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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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금 2백만원 수재의연금으로…”/총리 폭행학생 검거 김광섭경위

입력
199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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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학생 잡고보니 분노보다 안타까움/상받고도 고민… 이제야 마음 다소 가벼워”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 강력1반장 김광섭 경위(51)가 31일 하오 한국일보사를 찾아 정원식 총리서리 폭행사건 수배자인 한국외대생 이용규군(21·사범대 학생회장·독어교육 4)을 검거해 받은 포상금 2백만원을 수재의연금으로 기탁했다.

사건당시의 공분으로 수배자를 쫓았으나 막상 이군을 검거한뒤엔 번민을 게속해왔다는 김경위는 『포상금을 의미있게 사용했다』며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지난 6월3일 사건이 발생했을때 『이념이 어떻든 부모같은 스승을 폭행한 사실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는 김경위는 수사지시를 받고는 휴가도 반납한 채 특유의 끈기를 바탕으로 검거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군의 고등학교 앨범까지 찾아 친구들을 파악,1백50여명에 이르는 주변인물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강압식 수사보다는 설득과 이해가 필요함을 절감,운동권 대학생들이 보는 이념서적 10여권을 밤새워 독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충북 청주에서 막상 이군을 붙잡았을때는 여느 범인을 검거했을때의 성취감대신 자식을 둔 부모입장에서 가슴저미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서울로 압송하는 차안에서 김경위는 이군의 손을 잡고 『어렵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좀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도록 하라』고 타일렀다. 김경위는 서울도착 즉시 이군을 사건관할서인 청량리경찰서로 보낸뒤에도 왜소한 체격에 내성적인 이군이 고개를 떨군채 떠나던 뒷모습이 어른거려 내내 마음이 편치않았다.

포상금을 받은뒤엔 『차마 자식같은 대학생을 잡은 돈을 가족들에게 쓰기가 민망해』 고민이 더 커졌다. 한때는 변호사비에 보태도록 몰래 이군 부모에게 보낼까도 생각했으나 뜻이 잘못 알려질 것이 걱정돼 망설이다 결국 수재민을 돕는데 쓰기로 결정했다.

30일밤 조심스럽게 가족들에게 이 뜻을 물어보았을때 대학입시 준비생인 장남 기헌군(19·재수생)이 『우리아버지 최고』라고 박수를 쳐주는 등 온가족이 환영하고 격려해주어 힘이 났다.

김경위는 수재의연금을 전달한뒤 『다소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이군이 출소후에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로 경찰생활 26년째를 맞은 김경위는 널리 알려진 강력사건의 베테랑. 83년 청파장식당 주인부부 피살사건,87년 영등포 여인토막살인사건,90년 영등포 사창가 살인사건 등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낸 김경위는 부하직원들로부터 『혹독하게 일을 시키지만 마음이 따뜻한 진짜 사나이』라는 말을 듣는다.

서울 용산고를 졸업한뒤 어려운 형편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한 상태에서 지난 66년 군무원으로 있던 아버지가 이유없이 실종되자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경찰에 투신했다.

『아직도 틈틈이 아버지의 시신이라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한을 털어놓는 김경위는 지난 71년 약사 고모씨 피살사건을 수사하다 만난 고씨의 딸 윤정인씨(43)와 결혼,1남1녀를 두고 있다.

강서구 목동 20평짜리 연립주택에서 처가살이 하고있는 김경위는 『경찰로서 가난은 오히려 긍지』라고 말한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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