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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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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B/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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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가 28일 간부협의체 해체를 명령,개혁작업에 들어간 KGB(국가보안위원회)는 소련 국민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집권자까지도 떨었다.격동하는 소련의 정세를 보노라면 격세지감에 젖어야 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공산주의의 종주국가에서 공산당 활동이 정지되고 볼셰비키 혁명의 아버지란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일과 공산독재를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기둥이었던 KGB의 조직이 흔들리고 KGB 전신이었던 「체카」의 초대 책임자였던 제르진스키의 동상이 시민의 발밑에 누운 일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같은 일은 2주일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소련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배한 공표의 상징인 KGB는 그 역사가 제정러시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경찰조직중 정치적 스파이를 적발·체포했던 형사 제3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3과가 니콜라이 1세때 발전을 거듭해 인텔리겐차를 감시·탄압했는데,1849년 도스토예프스키를 체포해 시베리아로 유배시킨 것도 바로 이들이다.

레닌은 1917년 12월7일 혁명을 완수한다는 명목으로 이 3과를 떠올려 KGB전신인 「체카」를 창설하고 제르진스키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혁명 등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잡는 사람은 누구나 권력유지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이같은 특수기관을 만드나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체카」는 1922년 GPU(국가정치보안부)로,23년엔 OGPU(통일국가정치보안부)로 이름이 각각 바뀐다. 34년엔 NKVD(내무인민위원부)에 흡수됐다가 54년 KGB란 이름으로 조직이 개편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KGB는 이처럼 이름이 여러번 바뀌었으나 초창기부터 사용한 「비얀카」란 건물에 본부를 두고 잔인한 수법으로 국민을 떨게한 점은 변함이 없었다.

「체카」의 책임자인 제르진스키는 로마의 황제 네로나 카리규라에 비유될 만큼 잔인했다. 그가 죽인 사람은 1백70만∼3백40만명으로 일컬어진다. 배우 7천5백40명,의료관계자 9천2백5명,사법 관계자 9천2백명,교육자 8천6백40명,승려 1천5백91명 등이 그가 살해한 사람속에 끼여있다.

그가 하도 사람을 많이 죽이자 레닌이 어느날 반농담조로 『임무라면 당신의 친구인 트로츠키도 죽일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죽입니다. 러시아란 몸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팔 하나 둘쯤 잘라낼수 있습니다』고 대답했다.

레닌은 다시 『그럼 나도 죽일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안됩니다. 당신은 신체의 일부라 해도 머리입니다. 머리를 잘라내면 나라가 망하니까요』하고 대답했다. 이 대답은 들은 레닌은 안심하기 보다 『나도 머리자리에서 물러나면…』하고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제르진스키는 레닌이 죽은후 부하들이 울자 『울지마! 그도 귀찮은 존재였는데 우리 손으로 죽이지 않게돼서 잘됐으니까』하고 소리쳤다. 소설가 고리키만은 피한방울 안날만큼 잔인한 제르진스키를 『사랑할만한 인물이다』고 평했다. 그도 그럴것이 제르진스키는 시·커피·브랜디·음악을 좋아해 부하들에게 시인과 소설가만은 특별 대우하라고 지시했다는 에피소드가 오늘에 전한다.

지금까지 2천만명이란 소련 국민의 피를 즐겨온 KGB가 얼마나 체질개선을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나라를 막론하고 KGB같은 기관은 기회가 있으면 옛날로 돌아가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막고 민주화를 이룩하려면 자유를 지키려는 국민의식이 필요하다. 요즘 소련에서 눈을 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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