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존속 노력도 쿠데타 실패로 물거품/세계사의 한축 붕괴 새질서 진통 불가피1917년 러시아제국의 전제정치를 종식시키면서 세계지성사에 「계급없는 평등사회」의 선풍을 불러일으켰던 공산주의가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
혁명의 과정에서 수많은 신화를 양산,「20세기 대서사시」로까지 미화되기도 했던 공산주의는 종주국인 소련에서 연방최고회의가 29일 공산당 활동을 전면정지 시킴으로써 「비극적」인 결말를 향해 한걸음씩 밀려가고 있다. 소련 공산당의 종언은 세계사의 한축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국제사회는 공산주의 등장때 만큼 새질서 형성을 위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회의 결정이 「활동정지」이기 때문에 액면으로만 보면 공식해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24일 공산당 해체를 권고하고,공산당 중앙위서기국이 쿠데타 연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체해산을 제안하는 등 공산당 종언은 소련내외에서 필지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최고회의가 「공산당 활동의 종식여부를 결정할」 관련자료를 연방최고 재판소에 요구한 것도 사망절차를 밟는 의례로 해석할수 있다.
특히 레닌동상이 소련국민에 의해 철거되고,러시아·우크라이나·키르기스·타지크 공화국 등에서 이미 공산당 활동이 정지된데 이어 발트3국·몰다비아공에서 불법화된 상황으로 볼때 최고회의 결정은 대세를 따르는 추인절차라 할수있다.
최고회의는 또 공산당 명의의 은행계좌를 동결하고,당이 관여해온 재정활동도 증지시켜 사실상 공산당의 숨통을 막아 버렸다.
공산당도 이같은 흐름을 충분히 인식,스스로 수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5일의 공산당중앙위 성명은 당운명을 결정할 최후의 중앙위를 모스크바에서 열수 있도록 조력해줄 것을 연방 및 각 공화국에 호소했다.
이는 한 시대를 군림한 자의 장례를 위엄있게 치르려는 몸부림으로 보이나,쿠데타이후 악화된 국민감정이나 정치상황의 변화는 공산당의 「엄숙한 사망」을 허용할 것 같지 않다.
지리멸렬해진 공산당의 처지는 쿠데타 사태이전에 이미 예견됐었다. 고르바초프가 등장한 85년 소련사회는 이미 활력을 상실한 상태였고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재생을 위해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면서 공산당 지배체제를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개혁추진은 동구변혁을 몰고왔고,동구변혁은 다시 소련에 충격파를 던지는 등 반공산주의 도미노 현장을 불러일으켰다.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공산당은 90년초 일당독재 철칙을 포기한데 이어 지난달 25일 중앙위에서 마르크스 레닌주의 결별·사회민주주의 채택을 골자로하는 새 당강령을 채택하는 등 변신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같은 흐름에서 일어난 보수강경파의 쿠데타는 소멸 수준을 밝고 있던 공산당의 명을 재촉했고,사회민주주의로의 변신 등 순리적 소멸을 추구하던 공산당내 온건개혁파들에게 앞길을 막는 걸림돌이 됐다고 할수있다. 즉 공산당의 온건개혁 세력들이 새이념하의 새정당을 창설,소련정치의 한 부분을 담당할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진 것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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