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회는 30일 상오 최근 구의원들이 구청장에게 의원 활동비를 강요해 물의를 빚은 사건과 관련,국민과 주민에 드리는 사과문 채택을 논의키 위한 임시회의를 열었다.명병수 의원(39)의 사과문 채택발의에 따라 소집된 이날 회의는 상오10시30분 개회,신임 탁병오 구청장 직무대리(45)의 인사만을 들은뒤 의원들의 요구로 곧바로 정회에 들어갔다.
개회전부터 이날의 안건자체에 대해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던 일부 의원들은 정회가 되자마자 취재기자와 방청객들에게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회의를 해야하느냐』 『사실 사과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 따지듯 나섰다.
한 의원은 『구청장이 흰봉투에 50만원씩을 넣어 돌리길래 그냥 순수한 마음의 표시로 받았을 뿐』이라며 『전임 구청장도 안됐지만 우리도 똑같은 피해자』라고 언성을 높였고 다른 의원은 『20억원 예산삭감 등의 얘기는 우리의 당연한 고유권한이 아니냐』고 거들었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별것아닌 문제를 갖고 언론이 온통 부당하게 매도하는 것을 볼때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고도의 정치적 음모임이 분명하다』고 흥분했다.
이들은 정회 10분이 지나면서 회의속개를 알리는 방송이 10여차례나 나오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분풀이를 해댔다.
정회 한시간이 넘어서야 다시 의석으로 돌아온 의원들은 명의원이 울먹이며 사과문을 낭독하기 시작하자 다소 숙연해졌다.
명의원은 『최근 보도된 양천구의원 관련 사건으로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며 『의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의 무서운 질책을 받아들이겠으니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사과문 낭독이 끝나자마자 만장일치로 이를 채택한뒤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 나가는 의원들은 최근의 온갖 추문으로 기초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얼마나 큰가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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