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족주의 대두·경제파탄 우려확산/반고르비 대의원들 속속이탈 옐친에 화살【베를린=강병태특파원】 27일 속개된 소련최고회의는 하루전의 고르비 공격 분위기가 돌변,옐친이 「러시아파쇼」로 십자포화에 몰렸으며 고르바초프는 「조정자」의 지위에 복귀했다고 28일 독일언론들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또 각 공화국 대표들은 정치·경제적 파탄을 경고하며 신속한 연방조약합의와 범연방차원의 관리조정기구 설치를 강력히 촉구했다.
베를린 타게스 슈피겔은 27일 회의의 분위기를 『대의원들은 밤사이 드라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은 듯 했다』고 종합했다.
이날 회의에는 예상밖으로 옐친이 불참했고,대의원들은 그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여러명의 대의원들이 옐친과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가 경제파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한데 이어,옐친이 주도해온 「지역간 그룹」에서 그의 충실한 지지자였던 두명의 대의원이 가장 신랄한 비난을 가했다.
사회민주당 당수 올레그·루미얀체프 교수는 『옐친은 쓰레기 프롤레타리아와 폭민정치를 향해 가고있다』고 경고했다.
급진개혁론자인 아르메니아의 지식인대표 이기치얀은 『옐친도 당의 과잉민족주의는 이미 신파쇼대두를 일러준다』고 비난했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 대통령은 옐친이 카자흐와 몰다비아 등이 러시아 소수민족을 통해 공화국간 국경재조정 문제를 제기할 우려를 표명했다.
이같은 경고와 비난은 쿠데타지지로 러시아민족주의가 일반에 고조되고 있고 정치인들이 이를 정치목적을 위해 선동·조장하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미 26일 저녁 러시아를 제외한 각 공화국 대의원들은 쿠데타저지당시 선두에 섰던 강경파 청년들이 대의원들의 최고회의 참석을 막으려 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옐친지지신문 방송들은 거의 24시간 쿠데타당시의 민중투쟁상황을 선동적 방향으로 되풀이 전하고 있다. 이는 투쟁적인 기층 민중들이 「전의」를 계속 유지하려는 심리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고르바초프 공세에 가담했던 대의원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와 연방조직에 대한 옐친진영 언론의 비난 공세에 동조하는 대의원들은 이제 많지 않다.
냉철한 법률학교수 출신으로 쿠데타당시 선동과 과정없이도 레닌그라드의 반쿠데타 시위를 이끌었던 아나톨리·소브차크 시장은 이미 26일 「무정부상태」를 경고했고,그의 경고에 동조하는 대의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26일 공화국지도자들이 신연방과의 단절을 천명한 것과는 달리,수정된 신연방조약의 신속한 합의를 외치는 주장들이 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경제적 파탄을 막기위해 독립선언 공화국들을 포함한 범연방차원의 관리조정기구 창설을 촉구하는 주장이 거세다.
고르바초프는 26일 회의의 개막연설후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27일 하오 다시 말문을 연 그는 지난 며칠간 자신을 그토록 궁지에 몰았던 옐친을 변호하고 나섰다. 『옐친은 국수주의자느 아니며,러시아제국주의 복귀를 의도하고 있지않다』는 변호였다.
『월요일까지만해도 벽에 등을 댄,수세에 몰린 듯 했던 고르바초프는 어느 틈엔가 조정자·중재자의 위치에 복귀했다』고 타게스 슈피겔은 결론을 내렸다.
슈피겔의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고르바초프는 28일 최고회의에서의 연설을 통해 연방정부에 대한 월권행위를 「용납치 않겠다」며 옐친에게 경고했다. 고르바초프가 명실상부한 소연방의 지도자로 복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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