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개월 지속… 전후최장 기록/탄탄한 내수기반 「거품경제」 일축/“통계놀음일뿐” 서민들은 시큰둥【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의 호경기가 전후최장 기록을 수립했다.
오치(월지통웅) 일본 경제기획청장관은 지난 27일 월례경제보고회의에서 현재의 경기확대(평성경기)가 57개월째 계속되고 있어 지금까지 최장기호황인 「이자나기 경기」와 타이기록을 수립했다고 보고했다.
경제기획청은 『적어도 금년말까지는 경기확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데다 통계에 나타난 지표를 보면 경기상승세는 계속되고 있어 평성경기는 사실상 전후최장 기록을 세우게 된 것이다.
세계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야촌)증권 등 4대 증권회사들의 불법 거래사건과 후지(부사)은행 등의 불법 대출사건 등 전대미문의 대형 경제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 증권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등 이른바 버블(물거품) 경제의 파탄속에서도 경기가 계속 호황인 것은 일본경제의 저변이 그만큼 넓고 견고하기 때문이다.
오치장관의 보고에 의하면 국민총생산(GNP)의 60% 정도를 점하는 개인소비 증가와 기업설비투자 비율이 평균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지난 6월중 백화점 매상고는 지난해 6월에 비해 7.3%가 늘었고,금년 상반기중 민간설비 투자는 작년같은 기간보다 7.1%가 늘었다.
동경올림픽 이듬해인 1965년부터 70년까지 계속된 이자나기 경기는 대미 수출의 급증에 힘입은 수출경기였던데 비해 평성경기는 내수증가에 기반을 두고있어 일본경제의 질과 내용이 그만큼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경제계 인사들은 버블경제의 파탄현상으로 평성경기는 곧 끝장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이 전하는 경제전문가들의 견해는 비관적인 것이 50% 정도였다. 미쓰비시(삼릉) 은행조사부장은 일본경제가 이미 후퇴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으며,후지(부사)연구소 경제조사부장은 올해안에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업인들의 견해도 밝지는 않다. 일본전기(NEC) 상무는 경기확대가 올 가을부터는 정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제일권업은행 상무는 이미 후퇴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반수 이상은 올 연말까지는 호경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기록경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국민들은 호황을 피부로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샐러리맨들은 「평성경기」란 통계 놀음일뿐 생활수준 향상과는 아무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들은 『하루평균 3시간을 만원전차속에서 출퇴근에 시달리고 15평 규모의 작은 아파트에서 비좁게 사는 평균 일본인들에게 평성경기가 무엇을 가져다 주었느냐』고 묻고 있다. 급료의 30% 정도를 임대아파트 월세로 빼앗기거나 주택융자금 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라와 기업만 부자이지 국민개개인은 여전히 월급봉투에 매달려 사는 「영원한 서민」이라는 볼멘소리가 엄살로만 들리지않는 것이 일본경제의 또 다른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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