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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공산화」와 새로운 과제/김영작 국민대교수(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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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공산화」와 새로운 과제/김영작 국민대교수(목요진단)

입력
1991.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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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국 사라지다공산주의의 조종이 울려퍼지고 있다. 그것도 사회주의 진영의 종주국이자 심장부였던 소련에서. 지금 인류는 금세기 최대의 세계사적 대변혁을 눈앞에 보고있다.

탈냉전후에도 「다모클레스(Damocles)의 검」처럼 소련의 개혁과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협하던 군부와 보수파에 의한 쿠데타는 3일만에 좌절되었다. 싹튼지 얼마되지 않는 소련의 민주주의가 일단 스탈린주의자들의 거의 마지막 저항을 훌륭히 극복해내고 「탈공산화」의 혁명적 개혁을 단행해 나가고 있다.

소련연방의 해체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도 혁명적인 것은 「공산당의 해체」다. 이로써 74년간이나 소련에 군림하면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이론과 가치관에 입각하여 「세계의 정복」을 시도해오던 소련 공산당이 붕괴된 것이다 공산주의적 가치실현의 전위부대인 공산당의 해체! 이 보다 더 큰 탈공산화의 조치가 있겠는가. 그것은 공산주의 이론의 모든 관념형태의 조직형태의 붕괴를 상징하는 것이다.

소련 공산당의 해체는 소련 한 나라의 국가이념이나 체제의 붕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적 사회주의 이름 아래 「절대적 진리의 독점자」이자 「영원한 집권당」임을 자부하면서,한때 인류의 사고와 세계 질서를 양분할만큼 영향력을 가졌던 공산주의라는 가치이념과 공산당 일당지배라는 권력체계를 바로 그 총본영에서 청산하고 있는 세계사적 대드라마인 것이다.

아직은 낙관만 할수도 없는 많은 난관과 혼란의 요인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세로 보아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릴수는 없을것 같다. 성급하고 초법적인 조치로 일을 그르치기 보다는 질서와 합의에 대한 변혁이 요망될 뿐이다.

○변경에도 조종이

이같은 대변혁의 조류속에서,중국과 북한은 아직도 사회주의의 기치를 높이들고 오히려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과연 버릴수 있을까? 장기적으로 보아 그 답은 부정적이다. 동구와 소련의 탈공산화는 어느 특정국가 공산당의 과오때문이라기 보다는 공산주의 체제 자체의 본질적 모순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본질적 모순을 지닌채 시대의 조류를 역행하기는 어렵다.

어찌보면 중국은 이미 탈공산화의 여정에 들어선 측면도 있다. 사회주의의 본체는 지키면서 자본주의 경제운용 방식의 수단을 이용하겠다는 「중국식 사회주의 노선」은 이미 공산주의의 모순과 한계성을 시인한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중국이 취하고 있는 「사체자용」식 개혁노선은 19세기 후반의 「중체서용」론에 입각한 양무운동이 한게에 부딪쳐 본격적인 체제개혁 논리인 「변법론」과 혁명론으로 이어졌듯이 조만간에 보다 본질적인 탈공산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은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북한은 19세기 후반의 조선조처럼 세계사의 흐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쇄국」의 상태에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권에서 가장 앞서 가던 동독과 종주국 소련마저 거역하지 못한 역사의 흐름을 복한인들 어찌 하겠는가.

설사 중국과 북한 등에서 공산당 일당 지배가 오래 지속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침체를 상징할 뿐 공산주의의 세계적 부활이나 승리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탕아성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의 경쟁·대결에서 승리를 거둔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우리는 기존의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만만세를 외치면서 현실에 자족할수만도 없다. 공산주의가 평등과 민주의 가면을 쓴 「악마의 아들」이었다면 현실의 자본주의적 체제도 자유와 민주의 「탕아」임도 시인하여야 한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바로 자본주의의 탕아적 맹점을 치고 나왔던 것이 아닌가. 그것이 총체적 대안이 될수 없음을 명백해 졌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의 탕아로 남아있는 한 이를 교정하여 민주체제의 질을 높이는 일이 여전히 과제로 남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산주의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어선 자유와 인권의 문제,빈곤과 기아,국가간 계층간의 부의 편중,민조간의 갈등과 환경보호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있는 한 공산주의의 패배는 동시에 인류의 지적 노력의 패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역사의 종언」은 오지 않았으며,21세기를 구축하기 위한 인류공동의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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