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 시달리며 공부에 전념/9백만점에 8백96점 획득『쓰러질 때까지 공부하며 오빠 못지않은 사람이 되겠어요』
28일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91년 제2회 고입 검정고시서 최고득점으로 합격한 구명자씨(28·여·서울 중랑구 면목5동 175의8)는 지난 83년 장기를 기중하고 입적한 혜진스님(당시 23세)의 막내동생이다.
경남 하동군 금남면 귀포리에서 2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구씨는 어머니를 사별한뒤 6세때 진주 근교의 한 절에 맡겨졌다. 그곳에서 진주 봉원국교를 졸업,선명여중 1학년 1학기까지 다녔지만 절에서의 생활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않은 고통일 뿐이라고 회고했다.
매일 새벽1시에 일어나 물을 길어 받아놓는 것을 시작으로 예불준비,빨래 등 어린나이에 벅찬 일을 하느라 정작 학교에서는 졸거나 결석하기 일쑤였다.
2남2녀를 각기 다른절에 맡겼던 아버지는 때로 술에 취해 찾아왔을뿐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다. 구씨는 선명여중에 입학하자마자 절을 뛰쳐나와 부산에서 식모살이를 시작했다. 병명도 모르는 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긴뒤 봉제공장 직공,음식점 종업원 등을 전전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어느 직장도 오래 갈수 없었다.
두살위인 오빠 혜진스님을 만난것은 15세때 밀양통도사로 수소문 끝에 찾아간것이 처엄,그뒤 21세때인 83년 한양대부속병원에서 사경에 처해있던 혜진스님이 전갈을 보내 상경,해후했을때는 너무 여위어가는 모습이 슬퍼 울기만 하느라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혜진스님은 악성뇌종양으로 입적하며 신체를 의료기관에 기증,각막과 신장 등을 각각 이식받은 세 사람이 새 새명을 얻었다.
구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고려학원 검정고시반에서 공부를 시작,10개월만에 9백점 만점에 8백96점을 얻었다.
시험 당일인 지난 5일에도 한국병원에서 후두에 솟은 종양 4개를 떼어내고 말을 못하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른 구씨는 비구니인 언니(33)가 매월 보내주는 25만원으로 사글세방에서 살며 공부하고 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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