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서방파 두목 김태촌에 대한 구형공판이 돌연 연기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놀랍다. 김의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를 입증할 검찰측 핵심증인이 종전증언을 전면부인하는 진정서를 내 변호인측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증스런 범죄조직 두목의 혐의를 뒷받침했던 사람이 이제는 거꾸로 무죄를 증언하게 되었으니 놀라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다. 범죄전쟁을 선포·수행중인 법치국가에서 왜 이런일이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만하다. 공판진행중에도 김이 거느린 조직폭력의 검은 손이 증인들은 물론이고 수사검사에게까지 뻗쳐 협박을 일삼았고,막강한 비호세력마저 김의 구명에 아울러 동원되고 있다는 심증을 그동안 국민들에게 충분히 주어왔기 때문이다.사실 김에대한 그동안의 공판은 파란과 말썽의 연속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측 증인들이 공판때마다 보복위협과 심리적 압박때문에 잇달아 출정을 기피,「증인없는 법정」으로 둔갑해 번번이 공판이 연기되곤 했었다. 실제로 작년 11월의 6차공판때 검찰측 증인으로 나왔던 사람은 검찰진술 내용을 부인한뒤 일본으로 피신하는 사태도 빚어졌던 것이다. 이번에 증언을 번복한 손하성씨도 김과 중학동창으로 서방파의 부두목 이었기에 전후 사정을 짐작할만 하다. 당초 검찰의 조직범죄 소탕의지에 이끌려 증언을 약속했으나 당국의 확고한 증인보호의지에 대한 회의속에서 거듭된 폭력조직의 협박과 회유에 그만 굴복한 것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증인들이 범죄조직의 협박에 이처럼 놀아나는 사태는 단순한 위법행위의 차원을 넘어 국가의 공권력 및 사법권 행사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수 없다. 이같은 일개범죄 집단의 악랄한 행패하나 막지못하고 있어서야 나라체면은 물론이거니와 국법질서도 제대로 잡힐 수가 없다. 또한 당국이 국민앞에 발본색원을 약속하고 수행중인 범죄전쟁의 의지나 성과마저 무한정 손상당하게 되는 것이다.
범죄전쟁이란 단순히 조직범죄나 폭력배를 잡아들이는데만 그쳐서 될일이 아니다. 법에 따른 엄정한 단죄와 재발방지를 위한 근원적 발본에 까지 전쟁수행의 의지가 철저히 미칠때라야 법질서는 비로소 잡혀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김의 경우말고도 조직폭력계의 거물들이 당국의 형식적 수배속에서 버젓이 행세하는 일이 잦았고,말썽이 커져 구속된뒤에도 병보석이나 집행유예로 나온 경우가 어디 한두번 이었는지를 수사 및 사법당국에 묻고싶은 것이다.
공판정에 마저 태연히 담배값을 갖고 나오고,수감중에도 온갖 특혜로 귀족생활을 하고,증인들이 진술을 번복할때마다 여유있는 미소마저 띤다는 폭력단수괴의 방자한 짓거리를 더이상 좌시할수는 없다. 당국은 사태가 이럴수록 더욱 강렬한 의지로 범죄전쟁을 수행하고,보다 철저한 증인보호와 흔들림없는 중벌부과로 정말 무서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분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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