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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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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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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일이 버릇이된 한 천문학자가 어느날 밤에 하늘만 쳐다보고 가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우물속으로 빠져 버렸다. 사람 살리라고 비명을 지르는데 어떤 행인이 듣고 다가 와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자네는 하늘보다 땅에 대하여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네」 요즘 대학가에 나붙는 잠꼬대 같은 대자보를 보며 이 우화가 떠오른다. ◆처음 소련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자 반갑다는듯이 「개혁에 대한 군과 당의 응징」이라고 호들갑을 떨더니 시민 혁명으로 반전되자 기가 죽었는지 「사회주의의 멸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변한다. 운동권은 좌경의 하늘만 쳐다보고 감탄에 젖어 있다가 우물에 텀벙 빠진 천문학자의 꼴이 된 셈인데도 그것을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소련사태의 정보가 서방언론에 의존하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어설픈 입장을 비치고 있다. 백보 물러서서 왜곡된 정보탓이라고 하자. 그럼 공산주의의 언론은 어떤 것인가. 레닌에 의하면 「과학적 사회주의의 원칙 위에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교육과 조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언론은 이념의 수단에 불과하지 그 이상은 아니다. ◆공산혁명을 달성하는 수단은 두가지다. 하나는 폭력과 강압이고 둘은 선전과 선동이다. 언론은 이 둘째의 도구로 활용되어야 하지 객관적인 사실 따위는 무가치한 것으로 매도한다. 북한의 언론이 수령과 당에 오로지 충성을 바치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반서방적인 언론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정보를 얻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의 우상은 레닌의 동상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우상의 노예들은 땅을 볼 생각은 안하고 하늘만 바라보며 헛발질을 계속한다. 시민혁명의 주역이 된 소련의 민중은 모두 부르주아의 앞잡이란 말인가. 쓰레기통에 처박힌 공산주의를 찬양하면 민중편이고,그 반대면 반민중이라는 논리는 해괴하기가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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