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서 공산주의체제에 조종이 울렸다. 레닌의 볼셰비키혁명이 성공한지 74년만에 역사가 다시 반전한 것이다. 모스크바의 새로운 실력자 보리스·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급진적인 정치·경제개혁플랜은 글자그대로 역볼셰비키 혁명이다. 혁명의 방향이 좌에서 우로 정반대일뿐 급진적이고 신속한 것은 볼셰비키혁명과 유사하다. 공산당의 해체 및 재산반납을 명령한데 뒤이어 신연방조약을 체결한뒤 연방대통령직을 포함하여 모든 정부조직의 조기선거를 단행키로 하고 오는 2일 긴급인민대표대회를 소집,가 불을 묻기로 했다.옐친 등 혁신세력은 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정통성을 확립,공산당지배의 구체제를 대숙청하는 합법적 기반을 얻는 것이다.
경제개혁계획이 아직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시장경제전환 5백일 계획안 등 가장 급진적인 계획을 입안했던 그리고리·야브린스키가 옐친의 브레인역할을 하는 4인 특별팀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닮게될 것으로 추측된다. 사유재산권의 인정,가격보조금이 대폭적인 철폐,방산업체의 민수업체로의 전환,기업의 불하 등등 시장경제체제로의 과감한 전환이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엘친혁명의 성패를 지금 누구도 확언할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옐친의 급진개혁 특히 경제개혁이 성공을 하지 못한다해도 공산주의의 구체제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쿠데타에 도전한 소련이 민의가 입증하는 것이다. 냉전체제 아래에서의 미국의 대소전략인 「경제정책」을 입안했던 미국 제1의 소련문제 전문가인 조지·케난은 지난연말 미 상원청문회에서 『소련이 이제는 「평범한 대국」이 됐다』고 했다. 옐친의 소련은 「평범한 대국」을 지향한다. 지금으로서는 우크라이나공화국 등 15개지역 공화국중 11개 공화국이 독립을 추진,어떠한 형태의 대국이 될지 대국이 형태가 불확실한 상태다.
이제 소련에서 공산주의는 착조를 맞은 것이다. 이번 소련의 옐친 혁명이나 그보다 한걸음 빠른 동구의 탈공산화혁명이 주는 교훈은 공산체제가 페레스트로이카(신사고) 앞에서 「모래의 성」이라는 것이다. 공산체제의 존속을 의도한 고르바초프형의 온건·중도개혁은 거의 대부분 설땅을 잃은 것이다. 소련이 드디어 공산당을 폐기함으로써 이제 유럽에서는 공산체제가 막을 내렸다. 우리로서 관심을 갖기 않을수 없는 것은 아시아권의 공산국 즉 북한,중국,베트남에 미칠 충격파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정치적으로는 공산당독재의 공산체제에 각각 발을 걸쳐놓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대립되는 체제에 양다리걸치기 시험을 하고 있다. 천안문사건은 이 시험의 궁극적인 성공에 회의를 갖게하고 있다. 중국이 소련화는 시간문제가 아닌가 한다.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교육받은 유학생들이 현재 중국의 정치,경제,과학 등 중요분야에서 골간을 이루고 있다. 미국유학생만도 매년 2만5천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등소평 등 카리스마적인 혁명 1세대 지도자 등이 사라지면 현재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는 조자양 전 총리 등 개혁파들이 재등장이 불을 보듯 분명해진다. 중국까지 탈공산화대열에 가세하면 북한은 어떻게 될것인가. 주체사상이 민주화와 시장경제화를 요구하는 안팎의 압력에 견디어 낼것인가. 북한은 최근격변의 국제환경에 적응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일수교 협상,대미접근,제3지역에서의 비정치적 남·북접촉,남·북 스포츠단일팀 구성 등. 그러나 남·북관계의 근본문제 타결에는 미온적이다. 경제난 타결도 일본과의 경협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측으로서는 이제 남·북문제를 냉전차원이 아니라 민족차원에서 다룰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통일문제에 대한 초정권적 범국민적 청사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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