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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나는 변혁속도/「모스크바의 여름」 전망 어떤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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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나는 변혁속도/「모스크바의 여름」 전망 어떤가(사설)

입력
199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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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인 흐름은 예견된 일이지만,소련의 대변혁이 그 누구도 상상할수 없을만큼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본란(24일자)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금 소련을 휩쓸고 있는 변혁의 바람은 공산당의 붕괴와 연방의 해체라는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이미 소련 공산당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 있고,소비예트연방은 급속하게 해체돼 가고있다. 자연인으로서의 고르바초프는 「보수파 3일 천하」에서 살아남았지만,정치지도자로서의 고르바초프는 죽은 상태다.지금 모스크바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소비예트연방이 아니라,러시아공화국이라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힘의 초점이 러시아공화국으로 옮겨가면서 연방이탈·독립의 움직임은 확대돼 가고있다. 새 연방조약을 지지해온 우크라이나가 독립쪽으로 방향전환을 한 것이 그 예이다. 이 엄청난 변혁에 세계가 놀라는 것은 세계공산당 운동의 본산이 무너졌다는 사실뿐만 아니라,3억 가까운 인구를 거느린 초강대국의 와해라는 그 규모의 방대함 때문이다. 그러나 이 큰 변혁은 이미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중부유럽에서 일어난 일과 본질적으로 같은 변혁일뿐이다.

소련 공산당의 몰락과 함께 발트3국을 비롯한 소비예트 연방안의 소수민족 공화국들이 이탈·독립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의 회복이요,역사의 복원이 된다. 그동안 사회주의의 이름아래 모스크바가 무자비하게 탱크와 대포로 통치해온 이들 소수민족들은 대부분 지난날 전제군주 차르시대에 정복한 제국주의의 유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산당 통치 74년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속도의 엄청남에 놀라게 된다. 과연 모스크바의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레닌의 폭력앞에 8개월만에 무너진 케렌스키 민주정부의 비극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인가? 60년과 79년의 「서울의 봄」처럼 「모스크바의 여름」도 짓밟히지 않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우리의 우려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74년만의 혁명에 들떠있는 모스크바의 여름은 지난날의 암흑을 파괴하는 엄청난 힘을 보이고 있지만,확실하고 조직된 「대안」을 갖지 못하고 있다. 와해된 공산당에 대신할 만큼 조직된 정치세력은 아직 존재하지 않을뿐 아니라,빈사상태에 있는 경제를 회생시킬 확실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옐친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화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확실한 개혁쪽으로 나간다면 소련이 당면한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의 여름」이 짓밟히지 않도록,옐친에게 그만한 시간을 보증해줄 책임이 서방측에게 있다.

영국의 메이저 총리가 제안한 서방 7개국 정상회담에서 「모스크바의 여름」을 뒷받침할 지원대책이 이루어 지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연방해체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우리의 대소 외교도 기술적으로 재조직해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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