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싸고 폭력배 다툼도/범죄·무질서 완전 노출… 심야이용 기피/방범인력 “새발의 피”… 그나마 계속 줄어지하철 타기가 겁나고 짜증스럽다. 승객과다로 출퇴근 전쟁이 극심한 서울 지하철은 소매치기와 앵벌이가 판치고 역구내에 노점상이 들끓는 범죄와 무질서까지 겹쳐 「지옥철」이라는 악명이 높아지고 있다.
강도로 돌변하는 소매치기,껌이나 조악한 일용품을 강매하는 잡상인과 앵벌이들,취객들의 행패와 잦은 폭행·폭력 사건때문에 밤시간에는 지하철 이용을 삼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안역에서 서울시청 역까지 전철로 출퇴근하는 김형근씨(30·회사원)는 올들어서만 세차례 소매치기를 당해 1백80여만원을 털렸다. 특히 지난 14일 밤11시께는 다른 승객들이 뻔히 보는 앞에서 봉변을 당했다.
자리에 앉아 졸고있던 김씨가 인기척을 느껴 눈을 뜬 순간 20대 청년 1명이 품에서 칼을 반쯤 꺼내보이며 험상궂게 웃고 있었고 일당으로 보이는 3∼4명이 둘러서 승객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김씨는 수금한 돈 1백만원을 꼼짝없이 털렸으나 다른 승객 10여명은 『쫓아오거나 신고하면 죽을줄 알라』고 협박하는 기세에 눌려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
지하철의 소매치기 범죄는 88년 3백50여명이 경찰에 검거된 이래 89년 4백여명,90명 4백70여명으로 늘어왔으나 현행범으로 검거된 것이 그 정도일뿐 발생 건수는 5∼10배는 될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는 7월말 현재 1백90명이 붙잡혔으나 범죄자체가 줄었다기보다 단속인원이 부족한 탓이다.
현재 지하철 방범인력은 서울 경찰청 지하철 범죄수사대 소속 경찰 22명과 지하철 공사소속 청원경찰중 사법권 없이 경찰업무를 보조하는 열차기동반원 24명 등 66명에 불과하다. 특히 객차내의 질서유지를 맡는 청원경찰은 88년의 6백27명에서 3분의1 수준인 1백96명으로 오히려 격감했다.
이 정도의 인력으로는 하루평균 3백27만명에 이르는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할수 없는 실정이다. 이들은 승객이 폭주하는 출퇴근시간대에 서울역 등 7개 주요역과 3개 기지역에 집중배치돼 최소한의 질서유지만하고 있다.
따라서 낮시간과 심야시간의 승객은 범죄와 무질서에 완전노도출된 상태이며 최근에는 이같은 맹점때문에 소매치기 범죄가 전일화하는 경향이다.
거리에서 단속에 쫓기는 앵벌이와 부랑인,노점상들도 지하철로도 몰려들어와 승객들을 괴롭히고 있다. 껌따위를 판매하는 초보적 구걸행위외에 전과자를 자칭한 강매,간이오르간까지 들고 청승맞은 노래를 불려대는 50,60년대식 구걸행각까지 재현되고 있다.
또 노점상 단속이 본격화된 2∼3년전부터 지하로 내려오기 시작한 노점은 주요역마다 수십개씩 성업중이며 목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폭력배들의 업권싸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모씨(46·여)는 『상오 10시부터 하오 6시까지 매일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자리를 펴다가는 폭력배에게 집단폭행 당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 구내의 노점상을 8백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최근엔 한약재를 파는 중국교포들까지 끼여들어 출퇴근 시간의 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
심야시간대의 지하철은 의자에 길게누운 취객,그들이 토해낸 오물,잦은 싸움 등으로 무법천지와 같다. 밤늦게 도서실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는 S대 2년 한모양(21)은 『취객들의 희롱과 차내에서의 음주·흡연이 점점 심해져 겁이 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처럼 범죄소굴로 변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송용회기자>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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