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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원리 먼저 읽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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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원리 먼저 읽어야(사설)

입력
1991.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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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설이라고 할까,실패한 소련의 보수반동 쿠데타는 계급투쟁의 이념을 일거에 파멸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역사의 후퇴는 불가능하다는 것과 더불어 시대의 진짜 흐름을 선명하게 밝혀 놓았다. 왜곡과 편향의 이념을 벗어 던진 이 시대의 사조는 무엇인가. 공산주의는 더 이상 인류의 이상이나 발전의 대안이 될수 없다는 것 따라서 이념과 냉전은 철저하게 청산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도한 흐름은 어떤 장애로도 거역하지 못한다.「3일의 변란」을 우리는 세계와 더불어 당혹감으로 지켜 보았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자기모순의 역설이 운동권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사리에 어두움을 미망이라고 한다. 바로 「미망의 대자보」가 그것이다. 역사의 반동인 쿠데타를 혁명으로 찬양하고 사회주의 확립을 강조하며 「계급적 입장을 분명히 하여 선전선동 작업을 강회하자」고 부추겼다. 주체사상에 경도한 이념의 예속화가 맹랑하다기 보다 어처구니가 없다. 이쯤되면 착각도 지나치다.

극단적인 이념의 편향으로 인해 「마르크시즘은 지식인의 아편」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음을 운동권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른바 주사파의 의식은 더욱 굴절되어 있다. 정통의 사회주의를 이탈한 기형이 주체사상이다. 인간이 역사발전의 주인이라는 주체의 이념은 북한을 「우리식 대로」 지배하기 위한 통치이념에 불과하다. 북한의 통일전략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이 바라는 통일은 민족의 이름을 빌려 우리식 대로 남한을 혁명시키자는데 초점이 있다.

일부 운동권의 움직임은 북한에 공공연하게 동조함으로써 뒷북을 치고 있음이 확연하다. 급진을 자처하는 재야나 운동권 가운데엔 사회주의의 전락에 곤혹하면서 그 대안을 구차스럽게도 주체에서 찾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게 아닌가. 무비판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념의 중독은 이처럼 혹독한 후유증에 걸려들게 된다.

극렬한 재야와 운동권에게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이념의 성찰을 통한 준엄한 자기 위치의 재정립이라 할 것이다. 우선 자승자박이나 다름없는 이념의 사슬을 스스로 끊는 고통과 노력이 필요하다. 탈이념의 큰 흐름을 직시하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세계의 지평이 활짝 열린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종주국인 소련에서 조차 추방당했음을 외면해선 안된다. 이념의 잔영에 매달려 미련을 못버리고 혁명을 꿈꾸는 반시대적 사고와 행동은 결국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리고 만다는 것을 일찍 깨달아야 한다.

계급투쟁과 혁명의 이념은 민주화와 평화로 대체되고 빠른 변혁을 통해 대세에 순응함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현실의 모순을 풀어가고 개혁하는 일을 이념에 의존하는 시대가 지났음을 깊이 인식해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의식화의 대전환을 통해서 이뤄질수 있다고 확신한다. 변화를 원하면 변화의 원리를 먼저 읽어야 길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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