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의 「보수파 3일천하」 이후 소련에 대변혁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크게 말해서 변혁은 공산당의 붕괴와 연방의 개편이라는 두줄기로 구성되는 역사의 전환이다. 23일 모스크바에서는 고르바초프가 「거국내각」의 구성을 발표했고,옐친은 고르바초프의 동의하에 공산당을 사실상 불법화했다.옐친이 주요 권력핵심 각료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했고,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서로 「유고시 권력승계」에 합의함으로써 거국내각은 형식상 고르바초프=옐친 연립정권이라고 할수 있다. 고르바초프가 온건개혁을 지향하는 공산당세력을 대표하고,옐친이 볼세비키 혁명이후 처음으로 중앙무대에 등장한 비공산정치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이러한 공산=비공산 연립정부는 헝가리,체코,폴란드 등의 예로 본다면 공산당정권 퇴장으로 가는 과도적 현상이 된다. 소련의 경우도 중부유럽 각국처럼 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대세는 이미 공산당해체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러시아공화국은 고르바초프 연방대통령의 동의하에 공산당을 사실상 불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연방이탈·독립을 추구하는 발트3국 등 6개 공화국도 잇달아 공산당을 불법화했다. 지금까지 개혁·개방을 추진하되 공산당의 정치적 기반을 물려받는 특권을 고집해온 고르바초프로서는 자신의 시간표와 어긋난 정치적 변혁에 적응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소수파 정당으로 전락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다당제로의 개혁은 이제 더 미룰수 없게 됐다. 공산당의 퇴장은 불가피하게 연방의 본질적 개편과 관련된다. 이미 모스크바의 정치는 러시아공화국으로 그 초점을 옮기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거국내각의 구성을 러시아공화국 의회에서 발표했다.
지난 20일 조인될 참이었던 새 연방조약안에 의하면 연방정부는 방대한 군대를 거느리고,통화관리와 세관행정을 통해 연방의 경제를 통제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3일천하」 이후 옐친은 연방조약안을 공화국 권한강화의 방향으로 재조정하도록 요구했고,독자적인 군대창설을 밝혔다. 그는 또 이미 리투아니아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했었다.
이로써 소련의 정치판도를 내다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공산당의 법통을 대표하는 고르바초프는 내년으로 예상되는 연방대통령선거에서 이긴다해도 지난날의 연방대통령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소련은 몇몇 공화국이 이탈·독립해도 인구 2억수천만의 거대한 정치·경제 연합체로 남게될 것이다. 개편속도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이 역사적,전망임은 확실하다.
우리는 소련이 더 이상 평화와 우호선린을 위협하지 않고,문명된 민주사회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또 이러한 발전을 위해 서방각국은 선의의 협조에 인색해서는 안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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