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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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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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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뛰게한다」더니 사흘이면 무너질 크렘린의 강경보수파 때문에 세계가 흔들렸다. 세계에서 가장 난감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이다. 쿠데타가 일어나자 『사회주의의 승리』를 장담하고,남북고위급회담에 기세당당하게 등을 돌렸다. 아마 「내세상」 만났다고 기고만장했던 게다. ◆우리 쪽에서도 웃지못할 일이 있었다. 21일 외국어대 게시판에는 소련의 보수파쿠데타를 「사회주의의 확립」이라고 지지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또 22일에는 고려대 후문 담벽에 실패한 쿠데타를 찬양하고,앞으로의 「선전 선동작업」을 논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스탈린의 시체를 붙들고 만세를 외치는 격이다. ◆그런가 하면 크렘린의 3일 천하의 불똥이 서울의 정가에까지 튀었다. 야당인 신민당이 『서방측의 단호한 공동대응 대열에 끼이지 못했다』고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비난했다. 이에 맞서 여당인 민자당은 『항상 신중한 판단으로 대소외교에 임하고 있다』고 받아 쳤다. 일부 언론에서도 정부의 「눈치외교」를 비판하고 있다. ◆날벼락처럼 닥친 위기앞에서 본색이 드러나는 것 같다. 내세상 만났다고 착각한 북한이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도 처음엔 두고 보겠다는 태도였다. 독일의 언론들은 미국이 「냉전복귀」를 꿈꿨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부시 대통령이 쿠데타 반대로 돌어선것은 성공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었을까? ◆어정쩡했던 우리정부 태도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기회주의적 비판이다. 우리는 남북분단상태하에 있는 약소국이라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이번처럼 눈치외교를 하지 않는다면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다만 북방외교를 마치 정권의 공로인 것처럼 추켜세우는 버릇은 이번 기회에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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