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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예보믿은 어선 56척 한때 고립/태풍 글래디스 피해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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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예보믿은 어선 56척 한때 고립/태풍 글래디스 피해상황

입력
199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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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동댐 물불어 경주 “위기”/축대 무너지며 토사더미 아파트 기습/제방터져 3천명 피난… 산사태 차덮쳐【목포=김종구기자】 23일 상오10시를 기해 서해 남부해상에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신안군 임자면 재원도 등 해상에 56척의 무동력 새우잡이 어선(속칭 멍텅구리배)이 대피하지 못해 선원 3백여명이 해상에 묶여있다. 하오5시30분께 12명만 미군헬기에 의해 구조됐다.

해경은 경비정 2척을 파견,구조작업에 나섰으나 날이 어두워 접근하지 못했다.

해경은 지난 21일 어업 무선국을 통해 이들 어선에 대피지시를 내렸으나 태풍영향권에서 벗어날 것 같다는 예보를 믿고 조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허태헌기자】 제주지방은 23일 상오6시부터 초속 20m의 폭풍우와 함께 해상에는 5∼8m의 높은 파도가 일어 해상교통이 이틀째 두절되고 제주와 부산·여수간 항공편이 끊겨 관광객 2천여명의 발이 묶였다.

또 도내 1백여 항포구에는 어선 2천여척이 이틀째 대피해 있다.

한라산에도 23일 하루동안 1백50㎜의 비가 내려 36개의 하천이 넘쳐 하천하류지대에 2천8백여명의 수방요원들이 배치돼 수해예방에 나섰다.

【춘천=박주환기자】 태백·삼척·대관령 등 영동산간지방에는 22일 평균 1백50㎜의 호우가 내려 하천물이 갑자기 불어나 6명이 실종됐다.

이날 상오10시30분께 삼척군 미로면 상거노1리 오십천을 건너던 철암고 3년 이인수(18) 정성훈군(18) 등 2명이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이날 하오7시께 삼척군 도계읍 차구리 냇가에 물을 길러나갔던 최금선씨(39·여·차구리2리)가 급류에 실종되고 하오2시10분께는 동해 망상해수욕장에서 보트를 타고 물놀이를 하던 안희석군(19·부산 영도구 동삼동)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는 등 강원도내에서 모두 6명이 실종됐다.

【대구=유명상기자】 경북 동해안일대에는 23일 상오4시부터 포항·경주·영덕·울진지역에 2백㎜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경주군 천북면일대 형산강이 범람,농지 3백50㏊가 침수되고 4개 마을 70여가구가 대피했다.

11년만에 최대 강우량을 보인 포항시는 양학천이 범람,해도1동 30가구를 비롯,2개 마을 1백52가구가 침수,주민 5백명이 인근 송도동으로 대피했으며 포항­경주간 산업도로의 교통이 통제됐고 경주­포항간 국도는 일부지역이 침수,차량통행이 끊겼다.

또 영덕군 영덕읍 구미동앞 청송­영덕간 국도에서 산사태가 발생,교통이 두절됐다.

이날 상오8시께 영덕군 강구면 하저리 20의3 김후조씨(73·농업)가 하수구청소중 집중호우로 무너져 내린 건물에 깔려 숨졌다.

24일 0시현재 경주시 불국동이 7백15㎜의 누적강우량을 기록,1907년 대구 측후소개설이후 84년만에 최고강수량을 기록했다.

또 경주군 안강읍 안강리 기계천 제방이 유실,인근마을 1천여가구 3천5백여명이 안강여중 등 3개 학교에 대피했다.

이날 상오9시10분께 영일군 신광면 호리리 용연저수지내 가두리양식장에 실습나왔던 포항수고 3년 한용훈군(18)과 양식장관리인 김경환(43) 고용원 박해석씨(51) 등 3명이 관리소가 급류에 떠내려가 실종되고 포항수고 3년생 배기석군(19)은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한편 이날 상오 경주시 천군동 덕동댐 수위가 1백69.6m로 홍수 수위인 1백70m에 육박,이곳으로부터 3㎞가량 떨어진 경주 보문호 범람위험과 함께 경주시내의 침수가 우려되고 있다.

【창원=이건우기자】 이날 하오2시10분께 경남 충무시 북신동 대일아파트뒤 축대가 무너지면서 토사가 이 아파트 B동103호 등 3채를 덮쳐 임상수군(13·충무중 2년) 등 3명이 숨졌다.

또 하오5시20분께 창원시와 마산시를 잇는 장복터널 입구쪽에 산사태가나 토사가 지나던 봉고트럭을 덮쳐 차에 타고있던 안소영씨(27·경남 창원군 북면 하천리 363) 등 2명이 숨지고 창원­진해간 교통이 두절됐다.

◎「진로이변」 발생원인 알아보면/큰 고기압만나 유례없는 북서행/편서풍 못타 거북이 진행­폭우

23일 하오 우리나라를 기습강타한 제12호 태풍 글래디스(Gladys)의 진로는 태풍관측사상 유례없는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를 찾는 태풍은 북위 30도를 넘어서면서 편서풍을 타고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거나 최악의 경우라도 곧장 북진,북위 40도 부근에서 온대성저기압으로 소멸되곤 했는데 글래디스는 23일 새벽2시께 북위 32도 규슈서쪽 1백40㎞ 해상에서 갑자기 서북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글래디스가 기상청의 예측과는 달리 호남지역과 서해로 진행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전역이 태풍의 중심 오른쪽에 위치하게돼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글래디스는 또 23일 하루동안에만 남부지방에 최고 6백㎜ 이상의 폭우를 쏟아부을 것으로 보여 81년 9월2일 태풍 애그니스가 장흥에 쏟아부은 5백47.4㎜의 태풍통과중 일강수량기록까지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대 기상청장은 『북위 30도 이북에서 태풍이 서쪽으로 진로를 바꾼것은 처음』이라며 『특히 글래디스는 지난 22일부터 3일가량 우리나라 부근에 머물며 강풍과 폭우피해를 주고 있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글래디스는 지난 16일 일본 지치시마(부도) 남동쪽 4백50㎞에서 중심기압 9백90밀리바의 약한 태풍으로 발생했다. 시속 15㎞ 안팎으로 서진하던 글래디스는 중심기압 9백75밀리바,최대풍속 25∼30m의 B급 태풍으로 발전하면서 22일 새벽 북위 30도상에서 방향을 북쪽으로 바꿔 우리나라를 노리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당초 이 태풍이 23일 새벽부터 서서히 북동진,대마도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으나 우리나라 북동쪽에 갑자기 확장된 강한 고기압이 진로를 가로막고 나섰다. 글래디스는 자신을 동쪽으로 밀어내려는 편서풍과 북동쪽의 고기압틈에 끼여 진로를 잃은 「미아태풍」이 된 셈이다.

북위 30도를 넘어서면 편서풍을 타고 진행속도가 빨라지는 여느 태풍과 달리 글래디스는 시속 10∼20㎞ 안팎으로 느리게 우리나라 부근에 머물며 폭우를 쏟아붓고 중국 화북지방의 고기압틈바구니를 찾아 방향을 서쪽으로 바꿨다고 기상청은 분석하고 있다.

글래디스는 중심최대 풍속이 초속 25m 미만으로 약하나 영향권이 직경 1천5백㎞에 이르는 대형 태풍이다. 이에따라 태백산맥이 방패역할을 해준 서울 등 중부지방에는 태풍의 위력이 약했으나 나머지 남한지역은 모두 글래디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셈이다.

태풍의 중심부를 향한 시계반대방향의 회오리가 태풍의 진행과정에서 비롯되는 태풍자체의 바람과 합세하기 때문에 태풍 오른쪽(동쪽)의 피해는 왼쪽보다 훨씬 크다.

기상청은 『8월말에는 보기드문 기압배치 때문에 글래디스는 역S자를 그리며 북상해 왔다』며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찬 북동기류와 열대성 기류가 뒤섞여 비가 계속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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