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상오10시께 임시회의 개회를 앞둔 서울 서대문구의회 회의장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평소 구의회에서는 보기힘든 구청과장급 등 「고위간부」들이 이례적으로 나와 초조한 표정으로 개회를 기다렸다. 이날 회의에서 구행정 비리를 폭로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김영일의원이 등단,홍은2동 사무소에서 발견됐다는 동네 주민명의의 목도장 2백20개를 공개하면서 『동사무소측이 도장을 임으로 제작,영세민 취로사업비를 착복했거나 선거에 악용한 증거』라고 질타했다.
숨을 죽인채 경청하던 동료의원 28명은 김의원이 『구청측은 한달동안 자체감사를 하고나서 민원인들이 그냥 맡겨 놓았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주자 흥분하기 시작,다투어 구청측을 성토하고 나섰다.
『지난 6월 질의했던 사항에 대해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건도 답변을 듣지 못했다』
『행정 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나름대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지적할때마다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기는 커녕 담당 공무원들이 혀를 차고 비웃는게 보통이어서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청장이나 국장은 개원식때나 잠깐 나타나고 의회가 언제 열릴는지 어떤 문제가 논의되는지 관심도 없다』
이들 구의원들은 한결같이 『구민대표인 의원들을 이렇게 무시하는데 주민들이 받는 대접이야 말해 뭣하겠느냐』며 봇물처럼 공무원들의 「의원경시」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김의원의 폭로때 난감한 표정이던 공무원들은 의원들의 성토가 시작되자 도리어 느긋한 표정으로 바뀌어 『행정이라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떠들기만 한다』는 듯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회의가 끝난뒤에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벌겋게 상기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던 한 의원은 『구청에 들어설 때마다 말단 공무원들로부터도 귀찮은 군식구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출마 당시 품었던 주민대표로서의 의욕이 도리어 부끄러워질 지경』이라고 말했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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