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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이기주의/베를린=강병태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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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이기주의/베를린=강병태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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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쿠데타는 경악과 함께 『서방은 고르바초프의 경제지원 호소를 외면,그의 실각과 냉전복귀 위험을 자초했다』는 통렬한 자책을 불러 일으켰었다.고르바초프 실각과 소련의 보수회귀를 기정사실로 여기며 「군축중단」을 거론한 서방 보수세력에 이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서방책임」 문제는 소련과 세계의 장래를 논하는데 핵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독일 등 소련지원론자들은 소련의 붕괴는 유럽과 세계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해 왔다.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보수 진영은 『개혁전망이 없는 한,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반대논리를 내세워 왔다.

미국의 극우진영에서는 『소련이 개혁을 통해 재생할 경우,또 다시 위협이 될것』이란 경고마저 외쳤었다.

서방은 오랜 논쟁끝에 지난 7월 런던 G7정상회담을 계기로 「적극지원」을 선언했으나 실제로는 철저한 이기주의로 인해 인색한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이 이기주의는 미국이 세계 경제질서 주도권의 감소를 우려,소련의 IMF정회원 가입을 막는 한편 소련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미국식 자본주의 도입」을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온 사실이 대표한다. 독일 등 유럽대륙에서는 미국은 소련에 대한 냉전시대의 경제봉쇄를 계속하거나,소련 경제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비판됐었다. 소련의 점진 개혁론자들이 「나라를 팔아 넘기는 짓」이라고 전면 시장개방 등 미국식 시장경제 도입에 반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소련의 혼란이 세계평화 질서를 역전시킬 것임을 실증했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유럽대륙은 무엇보다 먼저 『소련이 지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럽 언론들은 소련의 쿠데타가 민중의 힘에 의해 저지된 것을 『소련 사회의 근본적 변화와 공산주의 악령의 소멸을 상징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이제 서방 보수진영이 「소련의 위협잔존」을 지원 거부명분으로 삼을수 없음을 말한다.

최초로 「소련 봉쇄정책」을 주창했던 조지·캐넌이 『미국은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고 봉쇄정책을 고수,냉전을 장기화 시켰다』고 비판해 왔음을 상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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