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정치 전면부상 불가피/고르비 위상실추로 행로 주목/공화국독립·경제위기·잔존보수파 처리 숙제이번 쿠데타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8인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국가권력 장악은 「3일 천하」로 끝나게 됐다.
보수강경 세력의 와해 및 군부와 KGB 등 국가중추기관의 권위상실 등으로 소련정국은 앞으로 급진개혁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보수 강경세력은 자신들의 권익은 물론 소련의 역사를 뒤바꾸려는 「마지막 도박」을 한 결과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쿠데타군에 끝까지 저항한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소브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세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야코블레프 전 대통령 수석고문 등 급진 개혁세력들이 정치전면에 나설 것은 분명하다.
급진개혁파가 연방정부의 핵심을 차지할 경우 소련은 보다 폭 넓은 민주화와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관료 및 특권계층(노멘클라투라)의 저항이 일부 있겠지만 대세의 물꼬가 완전히 터진만큼 앞으로 개혁의 행보를 막을 특정한 세력은 눈에 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 연방의 최대 과제인 신연방조약안도 쉽게 체결될 것으로 보여 각 공화국은 주권과 자율적인 행정권도 행사하게 될수 있어 명실공히 새로운 「소비예트 주권공화국 연방」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발트3국 등 독립을 원하는 일부 공화국과 연방과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와함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과연 권좌에 복귀할수 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될수 밖에 없다.
고르바초프는 이번 쿠데타로 권위가 크게 실추됐으며 쿠데타를 민중의 힘으로 제압한 민중의 리더 옐친의 위상은 엄청나게 상승한 만큼 두사람 사이의 관계는 과거와는 다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또 고르바초프가 연방대통령으로서 쿠데타의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할지 여부도 의심이 갈수밖에 없다.
우선 국민들의 민심을 수습해야 하며 심각한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쿠데타 잔존세력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쉽게 결정할수 없는 상태다.
특히 사회불안이 가중된 만큼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별비상 대책을 마련할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급진개혁파를 중앙정부 요직에 대폭 기용할수 밖에 없으며 당분간 사회안정을 위한 긴급 조치를 옐친 등 개혁파와 협의해야 한다.
옐친 등 개혁파들이 과연 정권을 인수해 현 난국을 극복할 능력과 조직,그리고 인적자원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단언키 어렵다.
옐친은 비록 행동파이긴 하지만 이론적 비전은 갖추고 있지 못해 그의 주위에 얼마나 많은 「싱크탱크」가 포진해 있느냐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것이다.
아무튼 소련은 지난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이래 가장 큰 시련을 치러냈다.
이로써 소련은 새로운 국가로 변신하기 위한 값비싼 희생을 치른 셈이다. 이 값비싼 희생은 소련 국민들의 각성과 힘에서 나왔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다.
이 민중의 힘이 새로운 정치권력의 손으로 어떻게 응집시킬 수 있으며 추진력을 갖고 출발할 수 있는지도 매우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산고」 끝에 신생아를 낳은 소련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지 궁금하기만 하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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