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운신폭 넓힐기회” 기대/회담연기는 주장안해 귀추주목북한이 20일 콜레라 발병을 이유로 제4차 고위급회담의 장소변경을 갑작스럽게 요구하고 나선것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실각과 깊은 관련을 맺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회담연기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북한의 제의는 북한이 일본과의 4차 수교교섭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외라 할수 있다. 고르바초프 실각이라는 변수가 없을경우 북한이 처해있는 대내외 상황에 비춰볼때 고위급회담 연기는 예상키 어려운 태도변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고르바초프 실각이 전해지자 남북대화를 일단 연기한뒤 사태추이를 관망해야 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고르바초프 실각소속이 전해진지 7시간가량 뒤인 19일 하오7시께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보도한데 이어 하오9시께 『콜레라 발생국가에서 오거나 이 지역을 경유한 사람의 입국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보건부담화를 발표했다. 이때 고위급회담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이미 20일의 제의를 염두에둔 사전포석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을 연기한채 소련내 상황이 보다 분명해질때까지 대남관계를 일단 유보상태에 둘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남북관계와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는 북·일 수교 교섭의 속도 등도 당분간 관망상태에 둘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소련의 정세변화에 따라서는 그동안 북측의 운신을 제한해온 대내외 상황에 활로가 열릴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소련이 보수로 회귀한다고 해서 당장 북한이 겪고있는 경제난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련내 보수파의 득세는 북한 지도층서 대남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한이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유엔가입 및 핵안전협정 가입 등을 결정한 배경엔 북한내 합리적 온건파의 입지강화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강경파의 대두는 향후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우려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20일 책임 연락관 접촉에서 나타났듯이 직접적인 회담연기를 주장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역시 아직은 소련사태를 관망할 수 밖에 없다는 증거인셈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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