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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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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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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가 소련을 통치한 기간은 정확히 6년5개월7일이다. 미국의 중임대통령 임기에는 못미치나 5년전임의 우리대통령보다는 약간 긴 집권기간이다. 그러나 길지않은 재임기간중 그는 전 세계의 동시대인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강렬한 개성과 예지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내정에서의 실패로 빛이 바래져갔지만 소련이외의 나라 사람들에게 그는 역사적인 대정치가로 비쳤다. ◆『고르바초프는 플라톤의 정치철학의 도를 터득한 위대한 정치가』라고 극찬하며 「80년대의 인물」로 선정한 타임지의 평가나 노벨평화상 수여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들고나와 볼셰비키혁명 70년의 기둥과 대들보를 갈아치우려 했던 고르비의 「정치도박」은 상상을 절할만한 정치드라마였던 것이다. ◆소련은 국내적으로 공산당 일당독재의 권력독점을 포기,다당제와 직선대통령제가 도입되기에 이르렀고 통제 경제체제가 시장경제로 일대전환하는 문턱에까지 다다랐지 않았던가. 어디 그뿐인가. 세계정치 무대에서는 동서냉전의 「대결의 장」이 사라지고 「화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고,동구의 대변혁,독일통일과 같은 세계사적인 지각변동 또한 그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래서 지금 세계인들은 「고르바초프이 강제퇴장」 쇼크에 경악하고 있으며 「고르비 그후」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를 몰아낸 세력들이 군부든 KGB든간에 그가 터놓은 역사의 새로운 물결을 되돌려 놓을수는 없을것 같다. 어쩌면 고르비를 쫓아낸 것이 「호랑이의 꼬리를 잡은것」처럼 더큰 재난을 불러들이게 되는것이 아닐까. ◆밀려드는 군탱크에 기어올라가 저항할만큼 소련국민들에게 배어든 민주사회의 개방물결을 다시 누르는게 고르비를 실각시킨 것보다 훨씬 더 힘들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연금돼있을 고르비는 지금 무슨생각을 하고있을까. 소련의 보리고개(경제난)를 해결못한 스스로의 역부족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고,쿠데타세력들을 비웃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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