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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르비 조금더 지원할걸…”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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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고르비 조금더 지원할걸…” 후회

입력
199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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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냉전 우려 “쿠데타 반대” 강경/당장 가능한 저지수단은 없어【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국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끌어온 소련 개혁정책이 물거품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기위해 전외교 통로를 움직여가고 있다.

19일 아침 부시 미대통령은 걸프전쟁을 통해 십분위력을 발휘한 세계 지도자들과의 직접 통화외교를 소련사태에 즈음해서도 최대한 이용했다. 존·메이저 영국 총리,프랑수아·미테랑 프랑스 대통령,헬무트·콜 독일 총리,가이후·도시키 일본 총리 그리고 중동의 3대 원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소련사태를 상의했으며 이들과 발걸음을 같이 하면서 이번 쿠데타를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스코크로프트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국무부 등은 19일에 각각 가진 회견을 통해 『소련개혁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쿠데타 반대의사를 발표하고 고르바초프의 복귀를 촉구했다.

18일 밤 소련 쿠데타 소식을 전해들은 백악관은 『사태를 주시한다』 『놀랍다』는 등의 어떤 의미에서는 외국 정세변화에 대한 상례적인 논평을 했다. 그러나 19일 부시대통령이 휴가지인 메인주 케네벙크포트로부터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것과 때를 같이해 대응책을 굳힌 것이다.

소련사태에 대해 정면부정 정책을 들고 나온데는 적어도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소련은 여전히 미국의 가상적 1호라는 것이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부시 대통령과 스코크로프트 안보담당 보좌관에게 『지금 소련의 핵은 누가 손에 쥐고 있는가』라는 질문들을 다투어 해댔다. 그리고 미 소간의 비상선(Hot Line)은 작동하고 있는가에도 큰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거론했다.

부시 대통령은 소련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겨냥해 놓고 있는 나라임을 상기시키면서 이 문제는 물론 백악관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2차대전 이래 적어도 40년이상을 소련과의 대결상태에서 지내왔다. 부시­고르바초프간의 정상회담이나 보리스·옐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의 방미는 분명히 40년 적대관계를 풀어갈수 있는 실마리가 될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대적관계가 금방 해소된 것처럼 여기지는 않는다.

때문에 미국은 「적국 소련」에 대해 민주정치로 돌아서라고 딱잘라 말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초헌법적 조치」 「명백한 비헌법적 행위」 등으로 규탄하고 있는 소련 쿠데타에 대해 지금 미국이 당장 동원할수 있는 반대행위 능력은 별로 많지 않다.

쿠데타를 계속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일 서방 우방들로 하여금 같은 비난성명을 내게 하는 것 그리고 2억5천만달러쯤 되는 소규모의 대소경제지원 중단 등이 있을 뿐이다.

미국은 사실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사회구조부터 바꾸라』는 조건을 걸고 과감한 경제지원은 하지 않으려 했었다. 체제 자체의 대폭적인 개혁없이 경제지원만 하면 그것이 곧 이적자해의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련의 쿠데타 주요세력도 미국의 이같은 정면도전에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소련 비밀경찰(KGB)의장 블라디미르·크류츠코프는 쿠데타거사 불과 1주일전 『자본주의 체제의 간첩망이 소련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고 말해 역시 서방체제를 가상적 1호로 봤던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쿠데타를 즈음해 지난 40년간 지속해온 적대관계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있다고 볼수있다.

두번째는 고르바초프에 대한 미국의 미련이다.

아마도 고르바초프가 국내 보수파에 의해 축출당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서방측이 미리 숙지했더라면 그에 대한 정치적·경제적지원은 좀더 풍요로울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브레즈네프­안드로포프로 이어지는 보수 공산주의자 또는 KGB배경의 엘리트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의 구호는 지지하나 그의 권력기반을 강화시킬만한 지원은 좀처럼 하려하지 않았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소련이 서구동반자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복수정당 선거와 시장경제 원칙을 실시해야 할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고르바초프는 결국 서방지원도 못받은채,국내 보수파들에 의해 쫓겨났다. 미국은 보수강경 세력에 의해 실각된 고르바초프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를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옐친의 주장을 지지하는 형식으로 나옴)이 과연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태를 지켜봐야 알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것은 미국은 정치권·군부·KGB가 단단히 계획한 이 쿠데타를 무위로 돌리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과 소련의 민중은 마치 이라크의 민중처럼 보수주의 정치인·군부·KGB가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거대한 권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도전할만한 아무런 힘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련산업의 40%이상은 군수공장과 관련된 공장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군부·KGB 등이 사회 구석구석에 깔고 있는 뿌리는 깊을 수밖에 없다.

쿠데타 하루뒤인 19일 현재 미국의 TV 신문들은 모스크바 거리에 쏟아져 나온 쿠데타 반대군중들의 모습을 크게 싣고 있다. 그러나 소련의 모든 언론이 이미 국가비상사태위원회의 통제 아래 들어갔으며 어쩌면 당장 20일부터 소련 내부의 진행 상황이 철저히 통제될수도 있을 것이다.

소련 쿠데타는 첫째는 고르바초프의 실패였다. 그는 세바르드나제나 야코블레프 같은 개혁정책의 1급 참모들을 스스로 잃었으며 그렇다고 보수강경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의 개혁후퇴도 하지못해 결국 실각되고 말았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실각은 그의 개혁정책이 동서냉전을 풀고 세계를 화합의 길로 이끄는 통로임을 인정하면서도 이에대한 지원을 꺼려했던 서방측,특히 미국의 실패라고도 말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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