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금회수 불안감 증폭/전면후퇴 속단은 아직 무리19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전격 실각함에 따라 그동안 급진전하던 한소 경제협력교류가 중대한 시련에 직면케 됐다. 한소 경제교류는 지난해 6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양국 정상이 첫 회동한 이후 예상을 웃도는 외교관계 정상화속도에 맞춰 최근 본격적으로 가속되기 시작한 단계다.
이미 양국은 무역 과학기술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항공협정을 정식서명했고 어업협정은 가서명을 마친뒤 오는 23일 정식체결을 불과 사흘앞두고 있었다.
또 지난 1월 총 30억달러 규모의 경협지원에 합의,현금차관 5억달러는 이미 지불했고 생필품 소비재의 수출선적을 이달말부터 개시하려는 시점이었다.
현재 소련에는 무공·수출입은행 등 국내 공공기관의 지사가 정식사무소를 설치했고 민간업계도 삼성물산 등 8개 종합상사가 모스크바에 지사를 운영중이다.
투자는 (주)진도가 무역업 및 모피의류 제조회사를 가동중이고 현대가 지난해 말부터 스베틀라야 지역서 삼림채벌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정부 및 업계차원의 각종 경협교류 움직임이 이번 고르바초프 실각사태로 일거에 전도가 불투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현재로선 아직 이번 사태가 소련 개방정책의 전면적인 후퇴로까지 비화될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대소 관계개선을 계기로 본격적인 흐름을 탄 소위 「북방러시」는 적어도 소련 정정이 뚜렷한 윤곽을 드러낼 때까지 혼돈상태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비단 소련뿐 아니라 동구국가와의 경협교류에 광범위하게 파급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나아가 최근 대외개방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북한까지 태도유보적 입장으로 선회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기획원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특히 민간기업의 투자진출 노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련 정정불안이 증폭될 경우 가뜩이나 수출대금회수에 불안감을 갖는 국내업계로서는 중장기 계획을 토대로 벌여야할 투자진출사업에 더욱 위축된 입장이 될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기획원 관계자는 『아직 사태추이를 정확히 알수 없어 속단은 금물』이라고 전제,『소련의 개방정책이 급선회해 과거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이미 소련 국민들이 시장경제체제를 맛본 셈이어서 설혹 보수파집권이 확실시 되더라도 개방정책의 전면 후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30억달러 규모의 대소 경협지원에 언급,『지금까지 소련에 대해 공식적으로 경협지원을 주기로한 나라는 독일과 한국뿐이며 나머지 국가는 대부분 식량지원 등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에 머물고 있다』면서 『소련의 새 집권세력이 대외관계를 그대로 계승할 경우 대소 경협교류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편이 기왕에 맺은 정치외교관계를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아직까지 투자진출 등 각종 교류사업도 대부분 계약협의를 진행하는 선에 머물러 당장 직접적인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므로 이번 사태추이를 보다 냉정히 살펴보고 대응하는 자세가 정부당국이나 업계 모두에 절실하다는 지적이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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