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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어디로 갈것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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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어디로 갈것인가(사설)

입력
199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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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체제를 와해시키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신사고) 혁명의 기수 미하일·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9일 보수적인 KGB 및 군부지도자들이 주동이 된것으로 알려진 정치쿠데타에 의해 실각됐다. 소련이 다시 페레스트로이카 이전의 공산주의체제로 복귀할 것인가. 그것이 과연 소련국민들에 의해 받아들여질 것인가. 미국,독·불·영 등 EC(구주공동체),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공산체제를 탈출한 동구권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할것인가. 세계는 현재 모스크바의 정변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 혁명은 지난 70여년간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세계의 헤게모니에 도전해온 공산주의를 역사의 무대로부터 퇴장시키는 것을 주도했다.고르바초프의 혁명은 그가 미국 타임지에 의해 『금 10년의 인물』로 지정될 정도로 파급영향이 크고 깊었다. 그 영향의 파장은 아직 끝나지 않고있다. 이제 그의 역사로부터의 제거가 미칠 영향도 엄청날것은 말할것도 없다. 지금은 유동적인 상황이다. 타스통신은 19일 『미하일·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건강상의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하고 『겐나디· 야나예프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고 밝혔다. 야나예프는 정변후 발표된 세계각국 정부 및 유엔사무총장 앞으로 발송한 성명에서 『소련의 헌법과 법률을 유지하기 위해 소련전역에 6개월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음을 통보한다』고 전하고 『기간중 모든 권력은 소련 국가비상위원회에 이전된다』고 말했다.

정변에 따른 권력의 실체는 「국가비상위원회」다. 그런데 이 위원회의 8인 위원회는 야나예프를 비롯,블라디미르·크류츠코프 국가보안위(KGB) 의장,발렌틴·파블로프총리,드미트리·야조프 국방장관,보리스·푸고 내무장관,스타로 두브체프 농민연맹의장,바클라노프 국방위원회 제1부의장,산업·건설·수송·통신부문 및 국가기업 협회의 티지야코프회장 등으로 돼 있다. 인적구성으로 보나 소련의 전통적인 권력구조로 보나 군·KGB의 보수세력에 의한 쿠데타인것이 분명한 것 같다. 우리는 미하일·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과 그의 페레스트로이카 혁명이 일단 제동에 걸린데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출발된 역사의 진군은 쉽사리 역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혁명은 구조적으로 본질적인 제약점을 많이 내포하고 있었으나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점이 드러난 이상 소련이 선택치 않을수 없는 새 진로라는 것이 지식인 등 국민상당수 사이에 수용돼 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새로운 집권세력으로 등장한 국가비상위원회는 『국가를 경제혼란 및 분열에서 구하기 위해 긴급 구성됐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가장 심각한 조치를 취할 확고한 결의를 갖고있다』고 했다. 이 조치들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수없으나 비상위원회가 『경제혼란과 분열』을 지적한것이 주목된다.

페레스트로이카후 국민의 원성을 사온 경제적 피폐와 최근 의회를 통과한 신연방조약이 공산체제와 강력한 중앙정부의 견지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노멘클라투라(당료조직) 등 보수세력의 반발을 산것이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정치적으로 민주화,경제적으로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정책이다. 공산체제로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그들이 적으로 생각해온 자본주의체제를 선택하는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다. 이 역사적인 전환에서 고르바초프는 정치다원화에서는 성공했으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에서는 과도기적인 혼란상태에서 고전해왔다.

정치적다원화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나 예기치 않게 발틱해 연안3국을 포함하여 소수민족의 자치권강화 내지는 독립요구로 발전,사실상 「러시아제국의 해체」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심각해졌다. 정변주도세력이 극명하게 반대를 시사한 신연방조약은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연방체제를 구제하기 위해 연방정부의 권한을 대폭 양보하면서 소수민족공화국으로부터 얻어낸 정치적인 타협의 산물이다. 이 신연방조약은 우선 국명을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에서 「소비예트주권공화국연방」으로 개명,연방을 구성하는 공화국이 주권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따라 행정권한을 「공화국이 연방에 이양하는 권한」과 「연방과 공화국이 공동으로 보유하는 권한」으로 양분,권한의 주체가 공화국측에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한 권력기관 구성에서도 연방최고회의의 상원격인 「공화국회의」를 두어 현재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연방회의가 심의한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거부권을 공화국회의에 부여,신연방조약후 마련된 신헌법에 대한 연방회의의 반대에 쐐기를 박고있는 것이다. 특히 군부의 지방공화국 정치에의 개입을 막기위해 재해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방군을 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 신연방조약을 20일 러시아공화국과의 조인을 필두로 차례차례 각 소수민족공화국과 체결하려다 이번에 축출된 것이다. 경제의 심각한 혼란이 보수파들의 정변을 용이케한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보수파들의 반발을 우려,급진파의 기수인 보리스·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의 요구만큼 과감한 탈사회주의 정책은 취하지 못했다. 그의 경제개혁은 보수세력은 물론 진보세력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온건중도」였다. 아직도 경제체제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당관료 세력들의 비협조내지 반대로 소련의 경제운용은 사실상 마비상태를 지속해왔다.

소련집권세력내의 보수파 정변이 일단 고르바초프 제거에는 성공한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쿠데타가 그들이 의도하는 「경제혼란과 분열의 타결」에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페레스트로이카가 반쯤 진행된 경제를 구공산주의 체제로 역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수세력들도 경제발전에는 서방의 돈과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 등 서방선진국들은 고르바초프의 개혁을 원한다. 서방의 압력은 가공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도 고르바초프의 중도하차는 충격적이다. 김종휘 안보보좌관은 『소련의 정치권이 아직은 어떻게 변할지 알수없으나 한소관계는 변함이 없을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금은 미국 등 우방국가들과 보조를 같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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