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문화삼」… “지긋지긋” 등 내용/개방경제보수정치간에 갈등 표출/“퇴폐적 자본주의” 뒤늦게 단속나서【홍콩=유주석특파원】 금년여름 북경과 천진,광주 등 중국 대도시지역의 젊은 남녀들 사이에는 장난조의 문구나 구호를 새긴 T셔츠가 한창 유행이다.
이른바 문화셔츠(문화삼)란 것이다.
지난 5월 하순께부터 무서운 기세로 번지던 문화삼 현상을 두고 처음엔 집권당국자들도 일시적인 호기심에서 나온 유행쯤으로 치부하고 방관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 남짓한 사이 문화삼이 북경에서 전국 각 도시로 크게 번지고 문구에 담긴 내용들이 점차 현실불만이나 좌절감 등을 표현하기 시작하자 사태는 달라졌다.
처음에 「키스해줘요」(청문아),「사랑해」(아애와),「골치야(번착니) 등 장난기어린 짤막한 문구들이 어느새 「지긋지긋해,날 내버려둬요」(아수구료,별리아),「오늘만 있고 내일은 없다,취해버리자」(유금몰명,취료산) 등 현실불만의 메시지가 담긴,사설조의 문구들로 바뀌었다.
지난 6월 중순,「중국청년보」가 젊은층에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문자새긴 T셔츠를 「문화삼」이란 이름을 붙여 처음 소개할때만 해도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좋게 평가했었다.
그러나 최근 「북경 경제일보」는 『만일 모든 중국의 젊은이들이 「지긋지긋해」,「골치아파」,「나를 내버려둬요」라는 글자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알게 모르게 그런 풍조에 젖어든다면 중국사회의 장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두려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고 반론을 폈다.
극히 이례적으로 관영언론들 사이에서 조차 잠시 찬반논쟁이 붙었던 「문화삼현상」은 7월초 북경시당위가 문화삼을 공개 비판함으로써 결말이 났다.
『문화삼의 착용은 서방 자본주의의 퇴폐적 영향을 받은 천박한 짓이며 특히 일부 문화삼의 반사회적 요소에 대해서는 각별한 경각심을 요구한다』는 것이 북경시당위의 공개성명 내용이었다.
이같은 공개비판과 함께 문화삼의 제조가 금지되고 경찰은 시장을 뒤져 미처 팔리지 않은 것들을 압수했다.
이미 문화삼을 사 입은 거리의 젊은이들을 단속하지는 않고 있지만 8월이후 유행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그러나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만했던 지난 5월∼7월사이 문화삼의 유행은 이미 그 자체가 중국 도시 젊은층의 소외감과 현실불만을 표출한 하나의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일부 홍콩신문들은 「문화삼 현상」을 다루면서 소외된 중국 젊은이들이 무언중에 시도한 문화혁명의 작은 몸짓이라고까지 평했다.
중국당국도 이런점 때문에 「문화삼 현상」을 젊은이들의 한때 유행심리나 호기심쯤으로 보아넘기지 못하고 결국 강경조치를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반정부나 반체제의 정치구호도 아닌 장난기 어린 셔츠 글귀에까지 과잉반응할 수 밖에 없는것이 중국의 정치현실인 셈이다.
문화삼 현상은 경제의 개방 정치이념의 강경보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단면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 사회문화적 해프닝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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