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 돕자” 티끌정성이 「동네장학회」로 발전/할머니 몸져눕자 이웃서 630만원 모아/동네아주머니 젖동냥으로 자라 이젠 중1/“훌륭한 간호사돼 보답하겠다” 눈물 글썽젖동냥으로 자란 이웃 소녀가장을 돕자고 나선 주민들의 작은 정성이 뜨거운 호응속에 본격적인 장학사업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1동 주민들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 동네 소녀가장 송미숙양(14·양화중 1)을 돕기위해 지난 4월부터 사랑의 손길을 모으기 시작했다.
동네유지들 사이에 시작된 모금운동에 많은 주민이 다투어 참여,뜻밖에 많은 성금이 모이자 주민들은 송양의 딱한사정을 알렸던 동사무소(동장 이석윤)측과 협의,내친김에 성금을 더 모아 불우청소년 지원사업을 펴기로 하고 「문일 청소년장학회」를 발족시켰다.
송양은 문래1동3가 4의21 2평반짜리 사글셋방에서 올해 76세된 할머니 이원실씨를 모시고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송양은 지난 78년 태어난 직후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어머니마저 가출해 버린뒤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졸지에 고아가 돼버린 갓난손녀를 안고 이웃 부인들에게 젖동냥을 해가며 송양을 키웠고 인근 영일시장에 나가 배추행상을 하며 학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올해들어 노령으로 몸져 눕게되면서 송양이 집안일을 맡았으나 동사무소에서 받는 쌀과 월 5만원의 지원금으로는 학비와 병구완비는 물론 두식구의 끼니를 때우기도 힘들었다.
송양의 이웃집과 갓난아기때 송양에게 젖을 물린적이 있는 몇몇 동네아주머니들이 끼니를 돌봐주기도 했으나 서로 넉넉치못한 처지라 여의치 못했다.
딱한 사정을 송양 이웃을 통해 알게된 동사무소측은 곧바로 이 동네 유지들에게 송양을 도와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동사무소측은 당초 단몇푼이라도 모아 송양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었으나 주민들의 인정은 기대이상이었다. 유지들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백만원까지 선뜻 내놓았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다른 주민들도 모금에 발벗고 나섰다.
2개월여만에 6백30만원이 모이자 스스로 놀란 주민들은 이 기회에 아예 불우청소년기금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지난 6월 동사무소에 모여 발기인 27명으로 「문일 청소년장학회」를 발족시켰다.
장학회는 우선 지난달 이 기금 이자수익 등을 합쳐 15만원을 송양에게 지급하고 『매달 생활비는 물론 대학까지 학비를 모두가 힘을 합쳐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려움속에서도 할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으로 이웃의 칭찬을 받고있는 송양은 『돌보아주시는 동네어른들을 모두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간호사가 돼 보답하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조성엽 장학회장(50·우천특수강상사 대표)은 『이웃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찾아내 밝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곧 밝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일것』이라며 『이같은 사업이 다른 동네로 확산돼 더많은 불우청소년들이 희망을 갖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학회는 앞으로 회원수를 늘리고 연회비와 일반 주민성금 등을 모아 1억원 이상 기금이 조성되면 최초의 동네 장학재단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이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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