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통합운동은 진전이 있는듯 하면서 별다른 진전이 없고 잠잠한 것처럼 보이면서 꿈틀거리고 있는 이상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분으로나 현실여건으로나 야당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신민·민주 양당이 뜻을 같이하면서도 엇갈린 이해관계 때문에 아직 본궤도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통합작업의 실정이다.17일 김대중 신민당 총재는 야당통합에 대한 신민당과 자신의 구상을 밝히면서 세가지 방안중 택일할것을 민주당한테 종용하고 나섰지만 그의 제안에서 통합을 급진전 시킬만한 새로운 요인이 발견되지않아 통합작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거듭할것 같다.
김총재가 제시한 세가지 방안을 요약하면 첫째가 단일집단 지도체제,둘째가 자유경선에 의한 순수집단 지도체제,셋째가 상임공동대표제 등인데 세가지 방안 모두가 지금까지 표면화되고 있는 핵심적 쟁점을 긍정적으로 해소시킬만한 구체적 양보를 담고있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제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제2안인 순수집단 지도체제는 신민당보다 상대적 열세에 있는 민주당이 이미 지난날의 논의 과정에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바 있기 때문에 재론될 여지가 희박하다고 할수 있다. 또 제1안과 제3안은 모두 김총재의 법적대표권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특정인의 대표권」 배제를 통합의 우선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수락하기 힘든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중 제3안인 상임공동대표제는 민주당이 제의한 타협안인만큼 앞으로의 협상여하에 따라 가장 큰 수용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는데 이 안도 민주당이 『상임대표는 회의진행이나 외부 행사참석 등 명목상의 대표성만 갖고 실질 당무는 상임대표와 공동대표가 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김총재는 『상임공동대표가 당을 법적으로 대표하는 조건을 보장한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김총재가 민주당안을 수용했다고 보기는 어렵게 되어있다. 따라서 상임대표와 공동대표의 권한배분에 명백히 합의하기 전에는 양측의 이견은 그냥 남아있는 셈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점들을 감안할때 김대중 총재의 『야당의 통합은 대등한 입장에서 신설합당으로 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이날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통합논의는 계속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고 볼수밖에 없으며,통합작업 자체가 포기냐 계속 협상이냐의 기로에서 방향설정을 강요당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국민의 요망과 야권통합이라는 절대 포기할수 없는 명분을 앞에놓고 야권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어느 한쪽이 대를 위해 소를 버리는 결심을 하지않는한 야권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때 우리가 할수있는 조언은 「보다 큰 정치」를 지향하는 정치력의 발휘라는 막연한것 밖에 없는것 같아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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