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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낳는 비결/김경원 칼럼(기류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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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를 낳는 비결/김경원 칼럼(기류조류)

입력
199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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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종식되면서 독일은 통일됐고 유고슬라비아는 분열되어 가고있다. 그리고 독일과 유고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18세기 고전음악의 천재 모차르트의 사망 2백주년을 맞아 음악의 대향연을 벌이고 있다. 민족들의 운명은 참으로 다양하기 그지 없다.우리 민족은 광복이후 거의 반세기의 세월이 흘러간 오늘 어떤 위치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을까.

통일,특히 선진화의 문제는 지금 하나의 민주화,선진화 등 아직도 남아있는 숙제는 태산같다. 그 중에서도 중대한 고비에 이른 느낌이다.

우리는 상당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는 과거의 저임금에 의존하던 시대로부터 앞으로는 차원높은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수 없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정말 어려운 일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선진화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한 GNP의 양적성장만으로 한 사회가 선진사회가 될수는 없다는 사실에 있다.

궁극적으로 신진국이 된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잘산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물질적으로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정신적으로는 삶의 보람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모차르트를 낳을수 있었던 오스트리아를 생각하면서 선진화는 보통사람들만 가지고는 성취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리 사회에는 천재가 필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천재라고 하면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고독하며 다음세대에 가서나 평가받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천재는 문자 그대로 하늘로부터 타고 난 재능이며 인간의 노력과는 별로 상관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천재들의 예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는 모차르트의 종말을 과장해서 비극적으로 그렸지만 사실 모차르트는 그가 살고 있었던 사회로부터 그의 천재적 재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실뿐만 아니라 당시의 많은 귀족들이 그의 음악을 높이 평가했고 지원했다. 물질적으로도 모차르트는 별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했던 것 같다.

널리 알려진대로 모차르트는 어려서부터 놀라울 정도의 재능을 나타냈는데,많은 사람들은 그의 천재적 재능을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성년기,특히 후기 작품들을 보면 그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우면서 그의 작품들은 말할수 없이 아름다운 균형과 절제의 고전적 형태속에 무한히 깊은 내면적 세계를 엿보이게 하는 기적에 가까운 음악적 표현을 담게 되었음을 알수 있다. 신이 모차르트를 통해서 노래했는지는 모르지만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은 그가 성숙해 감에 따라 더욱 완성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우리는 천재가 태어난다는 것이 사회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된다. 천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우연한 존재도 아니고 그가 처해있는 사회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그 무슨 괴물도 아니다. 천재는 사회의 문화적 전통과 보통사람들의 일반적 수준을 배경으로 그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라난다.

우리가 선진화의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도 천재를 낳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 그리고 천재를 낳을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평균과 정상,통념적 규범만을 고집하는 전근대적인 사회적 관습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가령 예를 들면 우리의 교육제도가 기계적인 표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 아무리 천재적 소질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라도 그런 교육과정을 통해서 천재적 인물로 성장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천재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을 생명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것이 평균화된 표준에 의해 평가되고 관료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맞추어져야 하는 체제밑에서는 천재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천재를 인정할줄 알아야 한다. 이것은 예술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정치,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가 낳은 천재적 외교전략가 메테르니히의 사고방식이 균형과 절제를 강조한 고전주의 음악과 통한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

천재를 인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집단에 앞서서 개인을,관료적 조직보다 자유로운 인간들의 사고를 존중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왜냐하면 천재는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하드웨어」로부터 「소프트웨어」의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소프트웨어 즉 정보와 지식과 아이디어가 중요하게된 것은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스트리아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파는 것도 「소프트웨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창조적 개발은 표준에 맞춘 집단적 인간이 아닌 무한한 상상력이 타오르는 개인만이 할수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선진화의 결정적 고비를 넘으려면 무엇보다도 개인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사회과학원원장·전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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