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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보복살인의 공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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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보복살인의 공판(사설)

입력
1991.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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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법」은 어긋날 수 없는 동의어이고,또 그래야 된다는 것이 상식이자 이상이다. 그러나 흔히 서로 어긋나는 고통스런 경우를 우리는 「현실」의 이름아래 합리화하게 마련이다. 아홉살의 어린나이에 성폭행 당한 악몽으로 보복살인에 이른 김부남씨의 공판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또다시 양심과 법이라는 고통스러운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16일의 마지막 공판에서 5년형과 치료감호처분의 구형을 받은 김씨는 『사람을 죽인게 아니라 짐승을 죽였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아홉살짜리 소녀를 성폭행의 제물로 삼은 범죄에 대한 공분,그리고 21년동안 비극의 길을 헤맨 한 여성의 비극에 많은 사람들이 가슴아파 할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전북도내 10개 여성단체들이 「김부남사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펴온 무죄석방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격려와 동정을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살인을 중범죄로 치는 법의 정신도 엄연한 현실임에 틀림없다. 5년형에 치료감호처분이라는 구형량도 무죄석방 주장을 정상참작의 이름으로 상당부분 받아들인 결정일 것이다. 남은 문제는 재판부가 어떻게 판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법사상 특기할 만한 성범죄관련 공판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 싶다. 물론 김부남씨의 유죄·무죄는 오직 재판관의 양식과 법의 명령에 따라 판단될 것이다.

우리로서는 다만 성범죄관련 사건으로 특기할만한 이번 사건의 사법처리 과정에서 절차상 하나의 교훈을 얻을수 있지않을까 하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그것은 김부남씨의 보복살인이 21년에 걸친 비극적인 「심리적갈등」의 결과였다는 사실이다. 이 특이한 사건에서 우리의 사법제도가 과연 피고의 법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수 있는 제도적장치 내지 관행이 확립돼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피고인의 정신상태에 대해 최선의 판단이 재판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재판과정에서 정신감정이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하는 미국에서는 또한 정신감정의 과학적 신뢰도에 가끔 논쟁이 붙는일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사법제도상 피고의 법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입장에서 재인식돼야할 문제이다.

김부남씨에 대해서는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진단결과가 나와있다고 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재판부가 결정할 일이다. 어쨌든 그 결과는 앞으로 성범죄 관련의 한 판례로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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