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떠나 끝내기로 행로확보/협상보다 선택의 문제로… 「부분통합」임박 관측김대중 신민 총재의 17일 기자회견 내용은 다가올 가을정국은 물론,그 이후에 김총재가 취하고 나올 정치행보의 가닥을 엿볼 수 있게 하고있다.
김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야권최대 현안으로 부각돼 있는 야권통합 문제에 대해 3개안을 「다발적」으로 제시,민주측에 선택의 「공」을 넘김으로써 「통합관문」의 짐을 벗으려했다.
김총재는 또 내각제 및 대선거구제 반대를 거듭 확인하고 소선거구제 당론견지를 재차 다짐했다. 그리고 현정권에 대해 『TK세력의 영구집권을 위한 정치적 음모가 진행중인것 같다』는 비난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회견이 유엔총회 참석 결정이라는 「여야 협력」의 분위기를 깔고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점 또한 간과할 수 없을것 같다. 김총재는 회견에서 유엔총회 참석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총회 참석을 둘러싸고 무성한 정가의 여러 관측들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이런저런 점들로 미뤄 김총재는 초당적 행동을 통한 온건이미지 구축과 함께 여야협력정도에 대한 탐색 및 정치적 실리확보,동시에 적정수준의 긴장도를 갖춘 대여전선의 유지라는 복합적인 처방으로 가을정국에 대처할 심산인듯 하다.
그리고 김총재의 이같은 행보는 가깝게는 14대 총선,좀더 멀리는 향후정국 전반을 염두에 두고있어 기초포석의 성격이 강하다.
이날 회견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대목은 김총재가 야권통합과 관련해 3개 방안을 함꺼번에 내놓았다는 점이다. 협상의 상대성에 비춰볼때 이는 이례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당내에서 『협상전략상 한가지 정도는 감춰둬야 한다』는 이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김총재는 『시간이 없다』는 한마디로 이를 일축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야권통합이 김총재의 정국운영에서 갖는 비중과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가능케 한다.
이날 회견은 안팎에서 줄기차게 해답을 요구하는 야권통합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의 성의를 과시한것으로 일단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시간이 없다』는 그의말 그대로 장차 정치적 운신에 작용할 장애요인들을 속전속결로 제거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보여 주었다고 볼수 있다.
이와함께 김총재는 「민주 인사들이 집결하는 민주대연합」을 민주당과의 통합에 대한 상위개념으로 내세움으로써 당대당통합이 실패할 경우 일부 재야의 영입을 통한 차선을 미리 설정하기도 했다.
즉,통합에 관한한 김총재로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공개해 버림으로써 민주측에 양단의 선택을 요구하는 공세적 의미가 다분히 엿보이며 이는 자신의 갈길을 보다 분명히 해둔것으로 파악된다. 다시말해 이번기회를 통해 가든 부든 통합문제를 조기종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것이다.
이날 김총재가 제시한 통합방안중 민주당의 수락여부와는 별개로 눈길을 끄는 방안은 상임공동 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민주당이 당초 제안했던 공동대표제의 틀을 수용한 것으로 정발연측이 비공식 소수의견으로 타진해본 내용.
그러나 이 안은 『상임대표가 당을 법적으로 대표하는 조건이 보장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다는 점에서 민주측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김총재와 이기택 총재가 대등한 권한과 위치를 갖는 체제속에서 총선을 치러야만 비호남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통합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다.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김총재가 명백한 당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통합방식은 「공동대표제」라는 술어만 차용했을뿐 그간 통합논의의 초기단계에서 제외됐던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점에 있어서는 정발연측 역시 비슷한 견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통합논의를 둘러싼 야권의 기류는 피차간 분명한 선택의 기로를 향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자신들의 제안이 「수정제의」된 것인만큼 이 제안을 당장 전면부정키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들이다.
이와함께 김총재의 제안이 8인8색의 「다양한 구조」를 특색으로 하는 민주당 내부에 압력과 교란의 부수작용을 발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고 이에따른 정발연의 후속대응도 관심거리이다. 이와관련,야권은 상호간 일부가 이동하는 부분 통합의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어쨌든 김총재로서는 이날의 회견을 통해 「가을행보」를 위한 정지작업을 다져놓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당직개편 등 내부적으로 이어질 당내문제 해결수순을 마치고 난뒤 그의 정국대처 형태는 한층 구체성을 띨 전망이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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