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곳 찾아 공갈·협박 금품갈취/매체홍수속 양산… 기자증 팔기도/“털면 먼지” 업체약점잡고 광고강요등 수법/「비리」 공무원도 상습대상사이비기자들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로 공해배출업소 건축현장 노사분규업체 등 「먹이감」 주변에서 날뛰는 사이비기자들은 6공이후 언론개방화 추세를 타고 전국 각지로 확산돼 닥치는대로 공갈협박,돈을 뜯어내고 있어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음습한 곳에 독버섯이 자라듯 사이비기자들의 공갈협박이 먹혀들 비리가 많은 세태도 문제지만 이들의 행패는 업소나 관청에 대한 공갈에 그치지않고 사생활폭로 광고강요 등 갈수록 조직화되고 수법도 악랄해져 민생에 중대한 위협을 주고 있다.
군소 공장들이 많이 들어서있고 개발붐으로 건축공사가 활발한 대도시지역,특히 수도권지역은 최소한의 시설도 갖추지 않은채 언론기관행세를 하는 사이비 신문 전문지들이 늘어나면서 「사이비군단」의 피해가 극에 달해있다.
치부와 사회적 「행세」를 노리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사이비언론은 급료도 주지않고 아무나 기자로 채용하거나 기자증을 판매하기도 하며 협박으로 뜯어낸 광고비를 나눠먹는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사이비기자들은 「털면 먼지가 나게 마련」인 공해배출업소 건설현장 노사분규업체들을 종횡무진으로 쑤시고 다니며 금품을 갈취하고 구멍가게부터 대형유통업체까지 대상을 가리지않고 광고를 강요한다.
경기 부천의 모쇼핑센터 총무부장 김모씨(46)는 『사이비기자들 등쌀에 사무실에 앉아있기가 힘들 정도』라며 『수도권일대의 산업체와 업소가 정상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사이비가 발을 붙일수 있는 토양은 아직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갖가지 불법과 비리.
구정물에 몰리는 파리들처럼 사이비기자들은 업체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져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고 잘 관리된 「출입처」를 자기들끼리 인수 인계하기도 한다.
사이비들에게는 공무원들도 주요 사냥감이며 때로는 공생관계를 맺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자료 요구와 취재 「협조」 요청으로 공무에 지장을 받지않기 위해 또는 구린 구석을 감추기위해 이들에게 당하는 공무원도 있지만 엉뚱한 화를 당하지 않기위해 이들의 접근을 막지못하는 사람도 많다.
관청을 드나들며 민원브로커 노릇을 하는 사이비기자들은 자신의 말을 듣지않는 업소를 담당공무원에게 찔러 골탕을 먹이는 경우도 많다.
경기 의정부시의 건설업자 최모씨(51)는 『사이비기자에게 적당히 집어주지 않으면 해당관청에서 들이닥쳐 뜯기는 액수만 커진다』면서 『업체와 관청사이를 오가며 교묘하게 협박과 공갈을 일삼는 악랄한 수법에 속수무책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이비기자들이 「한건」을 봐주는 대가는 10만∼1백만원선이고 광고강요는 50만∼5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검찰 등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사전광고를 내주고 광고료를 요구하는 신종 수법이 늘고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공보처에 등록된 정기간행물수는 5천5백5종으로 지난 87년의 2천2백36종에 비해 2배나 늘었다. 지난해말까지 검찰단속에만 1백20명의 사이비기자가 적발됐으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국 검찰과 지방관서에 있는 사이비기자 신고고발센터에는 피해신고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모기관 사이비기자 신고센터 관계자는 『스스로 비라가 있어 신고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고발후 당할 또다른 피해가 걱정돼 속으로만 앓고있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은 “최고 사냥감”/닥치는대로 사진찍고 생트집/오락실·노점상·학교등 대상안가려/본전뽑으면 기자증 프리미엄 거래
사이비기자들에게 수도권은 「황금광맥」으로 통한다.
일산 모아파트 건설현장소장 정모씨(43)는 「기자」라는 말만들으면 진저리가 쳐진다.
지난 10일부터 H신문 경기지역 담당기자라는 이모씨(50)가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찾아와 『불량 레미콘을 쓰지 않았느냐』 『왜 자재를 여기에 쌓아 놓았느냐』며 마구 사진을 찍어대며 1주일간 생트집을 잡았다.
손가락에 붕대까지 감은 험악한 표정의 「기자」에게 눈치없이 자료를 제시하며 『하자가 없음』을 설명해 돌려보낸뒤 얼마안돼 관청에서 실태조사를 나오는 바람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 사이비기자가 일산지역 20여개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시비를 걸어 1천여만원을 뜯어갔고 협조하지 않는 현장은 해당관청에 허위고발을 했다는 것이다.
신문사에 전화해 신분확인을 요청하자 『얼마전 해고된 사람』이라고 딱 잡아뗐고 돈을 준 이웃현장에서는 『덮어두라』고 말려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다.
정씨는 『수도권 건설현장에서는 기자가 나타나면 서로 알려주는 비상연락망까지 생겼다』며 『신도시건설은 불량레미콘이 아니라 사이비기자 때문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농담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에서 소규모 도금공장을 경영하는 김모씨(42)는 안양에서 공장을 하면서 공해전문지 기자라는 3명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뜯기다가 올해초 부천으로 다른 4개 업체와 함께 이전했다.
한동안 찾아오는 기자가 없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달초 안양에서 「출입하던」 얼굴들이 『부천담당으로 바뀌었다』며 다시 나타나 김씨 등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김씨는 『공해방지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기엔 역부족인 영세공장들은 계속 사이비기자들의 「봉」일 수밖에 없다』면서 『차라리 문을 닫아버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갈대상은 공장,병원,유흥업소,전자오락실,노점상,세차장 등 무한대에 가까워 대상을 가리지않고 마라푼다처럼 달려든다.
성남시 모국민학교 교장 김모씨는 『얼마전 교육전문지 기자라는 사람이 불쑥 나타나 「이 학교에 돈봉투가 나돈다」고 을러대는 바람에 점심을 대접하고 30만원을 집어줬다』면서 『학교까지 금품갈취대상으로 삼을 정도니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고 개탄했다.
금품갈취를 본업으로,간행물강매를 부업으로 삼는 사이비기자는 이젠 고전이 됐고 광고를 미리 게재한뒤 비리기사를 들고 찾아가 무마비조로 광고비를 수금해가는 고도화된 수법이 정착돼가고 있다.
경기 평택 박모씨(48)의 도축장에는 지난 13일 모잡지 기자가 찾아와 내지도 않은 광고가 실린 잡지를 보여주며 광고료를 요구했다.
박씨는 『광고 낸적 없다』고 거절했으나 다른 주머니에서 「도축폐수 마구 방류」라는 제목의 폭로기사 초고를 꺼내보이는 바람에 50만원을 집어주지 않을수 없었다.
이번 수법때문에 웬만한 업체들은 미리 광고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고 처분만 기다리는 실정이고 지방행정기관들도 공고광고를 달라는 지역신물들 등쌀에 PR기사 건수에 따라 광고를 나눠주는 체제가 확립됐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사이비언론의 좋은 먹이다.
안산시의회 모의원은 『수시로 각종 사이비신문 기자들이 찾아와 「좋은 기사 써주겠다」고 노골적인 거래를 제시한다』며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뒤탈이 두려워 최소한 거마비는 찔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사이비 신문·잡지는 실제 독자수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관련업계나 해당관청에는 반드시 뿌려지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수원의 모 중소기업 홍보담당 이사 장모씨(52)는 정체불명의 신문에 사장 사생활에 관한 기사가 나 곤욕을 치렀다.
터무니없는 내용이었지만 상사로부터는 심한 역정을 들었고 회사의 신용이 상처를 입어 『돈으로 막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는 홍보술을 배웠다는 것이다.
검찰에 접수된 사이비기자 피해사례중엔 한 업체가 73명의 기자에게 인수인계를 당하며 시달린 경우도 있고,『신문에 내주겠다』며 부녀자를 유혹해 겁탈한뒤 나체사진을 찍어 금품을 갈취한 사례도 있다.
또 기자증이 3백만∼5백만원에 판매되나 사이비언론 창간때 일정액을 투자하고 기자증을 받은뒤 본전을 뽑고나서 프리미엄을 얹어 기자증을 3자에게 팔아넘기는 일까지 있다.
기자증을 넘길때 개척해 놓은 먹이감의 명단과 노하우가 함께 이전됨은 물론이다.
안양에서 건설업을 하는 이모씨(45)는 『거액들여서 구한 기자증인데 먹고 살아야할것 아니냐고 노골적으로 덤벼드는 사이비기자들이 기가막힐 따름』이라고 분개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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